‘성형수술비 주겠다’ 선거 코미디, ‘젊은 표’에 아첨하기 바쁜 정치권
사골 끓이는 어머니의 진정성을…

길을 가던 사람이 강도를 만났다. 강도는 그 사람을 때려눕히고 초주검을 만들어 버렸다.

어떤 종교인이 그것을 보았으나, 길 반대쪽으로 피해갔고, 얼마 후 지도층에 있는 인사가 왔으나 역시 그것을 못 본체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지 못하는 계층의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이 꼴을 보고 즉시 강도에게 얻어맞은 사람의 상처에 응급조치를 한 다음 가까운 여관에 맡기면서 잘 돌봐주라고 비용까지 주고 떠났다.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진정한 이웃이냐?”

이것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예수님이 던진 질문이다. 인류의 고민을 다 안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종교인,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 지도자, 교육자. 얼핏 보면 우리 사회는 갈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 8·15 해방 때보다도 오히려 심각한 세대간, 계층 간 갈등을 겪고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성세대와 기득권층이 조롱거리가 된 적도 없다.

지방의 모 대학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어떤 후보자는 ‘내가 회장이 되면 학생들(유권자)의 성형 수술비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복지, 복지…. 이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코미디화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립서비스의 말잔치 뿐, ‘이웃’이 되어주는 진정성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강도에게 얻어맞아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도 못 본체 다른 길로 가버리고 정치 공학적 계산을 할 뿐 상처를 싸매 주는 진정성 있는 이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80%의 국민들은 슈퍼에서도 소화제나 감기약 정도는 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내년 선거에서 약사들의 표를 놓칠까봐 손을 내려 버리니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실업자, 그래서 해마다 젊은 세대의 부채비율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주무 장관이란 사람이 10월에 ‘취업 대박이 났다’고 우스갯소리 같은 발언을 하여 언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젊은이의 아픔에 동참하는 정부 관료의 진정성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얼마 전 KBS TV ‘개그콘서트’의 프로를 두고 어느 국회의원이 발끈하여 사법당국에 고발까지 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으면 선거 때 시장골목에 가서 국밥 먹고, 장사하는 아줌마와 악수하고…. 그러면 된다는 내용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참 딱한 이야기다.

한·미 FTA 의회처리에서 보듯 타협과 대화의 리더십이 없고, 구차스런 변명으로 찬성·반대를 되풀이 하는 정치지도자에게도 진정성이나 신뢰는 없다.

정부는 또 얼마나 FTA로 불안해하는 농민이나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에 진정성을 보일지 걱정이다.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 손을 잡아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진정성. 당장 돈 몇 푼이면 살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이 아니라 어머님이 허약한 자식을 위해 소뼈와 꼬리를 넣어 오랜 시간 가마솥에 끓여 만든 사골 국물 같은 그런 진정성이 아니고는 이제 어떤 정당도 이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지 못한다.

6·25때 미군을 파견하는 결단을 내린 트루먼 미대통령은 퇴임 후 이런 말을 했다.

‘국민은 호랑이와 같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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