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그 명석한 두뇌와 자원을 가지고도 왜 저렇게 국민은 가난할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의문은 여러 장면을 만나면서 쉽게 풀린다.

318개나 되는 언어(그중 대표적인 것만 해도 15개), 그리고 카스트 제도, 이것이 인도의 미래를 막는 장벽이라는 것을.

카스트제도는 인도헌법에 분명 폐지돼 있지만 지방에 내려갈수록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브라만, 크샤트리, 바이샤…. 특히 '하리잔'이라 하여 불가촉민(不可觸民)이 있는데 상위계급 사람들이 어쩌다 옷이라도 스치게 되면 부정을 탔다 하여 몸을 씻어야 할 만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다.

이 전통적인 계급제도는 죽어야 해소된다. 이것이 인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다.

하긴 우리나라도 신라시대 골품(骨品)제도가 있어 성골(聖骨)과 진골(眞骨)이 있었고, 특히 고려시대부터 과거제도와 달리 문무관 5품 이상의 아들에게 관직을 주는 '음서제도'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혈통을 중시하는 양반관료사회를 형성하는 기능을 했다.

음서제도는 원칙적으로 장남만이 관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장남이 유고인 경우 장손이 받게 하는 등 문벌주의 제도 속에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니까 할아버지만 잘 두면 손자까지도 관직을 얻을 수 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출세의 속도도 빨라졌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음서제도도 없고 성골, 진골 같은 골품제도도 없다. 과연 그런가?

그런데 어떤 전 대통령의 손자가 2009년 말 서울의 모 명문대학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대학은 '사회기여자 및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독립유공자, 국가 유공자, 국위 선양자 자녀와 손자 등을 사회기여자로 분류해 지원 자격을 줬었다. 그러니까 그분 손자의 경우 실력이야 있었겠지만 정부훈장 중에 높은 등급의 훈장(무궁화대훈장)을 받은 할아버지 덕을 봤을 것이란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무궁화 대훈장’이라는 게 무엇인가? 대통령이 퇴임할 때 관례상 주는 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이 퇴임 때 받는 ‘관례상 훈장’도 국위선양자로 분류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15일 전국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한 다음날 한국전력을 방문, 분노를 터뜨렸다. 국민도 공감하는 ‘분노’였다.

그런데 그날 한국전력 사장으로 새로 임명된 사람은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오고 대통령이 몸담았던 현대건설에 근무했으며 같은 지역 출신이다.

언론 보도에 보면 최근 시행된 고위급 인사에서 49%가 영남이라고 한다. 교체된 장관 12명 중 11명이, 그리고 차관급 6명이 소위 ‘고소영’이라 하여 특별한 계층을 형성했다.

대전·충남은 통틀어 장관 1명도 없다.

정부의 힘 있는 사무실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는 들을 수 없고 온통 경상도 사투리뿐이라고 한다. 국무총리를 비롯 16명의 장관 가운데 영남 6명, 서울 4명, 우리보다 도세가 작은 강원도도 2명이나 되는데 대전·충남에 1명도 없다니, 솔직히 섭섭하다.

충북은 1명이라도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역시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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