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자연이야기] 초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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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인 가을철이 되면 일 년 동안 수고한 농작물을 들쥐로부터 지키고자 여러 방법들이 동원된다. 사과 과수원에서 겨울 동안 뿌리에 손상을 주는 들쥐나 멧돼지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일부 농부들은 화학 기피제를 사용하거나 밭에 호랑이 배설물 등 천적 냄새를 뿌려 물리치고자 하는데 우리주변에서 이와 같이 과수원 주변이나 밭둑, 집안 등에 심어 활용되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 나무가 초피나무이다.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는 운향과(科)의 잎이 지는 키작은나무로 주로 산 중턱 및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우리 충청도지방에서는 젠피나무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제피나무, 이북지방에서는 조피나무로 불리며, 다 자라면 높이 3m 정도이다. 잎자루 밑에 턱잎이 변한 가시가 1쌍씩 달리며 깃꼴모양의 잎은 가지에 어긋나게 붙는다.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으며 그 밑에 선점(腺點)이 있어 이곳에서 독특한 향이 나온다. 초피나무의 학명중 속명 잔토실럼(Zanthoxylum)은 희랍어 황색목재란 뜻의 목재특징을 나타내고 종소명에서 피페리텀(piperitum)은 '후추 같은'이란 뜻으로 향신료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초피나무는 매콤한 맛과 톡 쏘는 향이 특징으로 음식의 맛을 나게 하고 채소의 풋냄새와 민물고기의 비린내, 육류의 누린내 등 잡냄새를 없애고 입맛을 개운하게 하여 소화 작용을 돕는다. 각종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약효가 있어 어린잎은 나물이나 장아찌로 식용하고, 열매 및 열매껍질은 약용 또는 향신료로 쓰였다. 김치를 담글 때에 넣으면 산패방지 효과가 우수하여 김치에 넣으면 빨리 시지 않아 신선한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초피는 성질이 뜨거우므로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양기를 돕고 소화를 잘되게 한다. 시골에서는 마당가에 빙 둘러 심어 모기를 쫓기도 하고 초피나무 껍질을 돌로 짓찧어 개울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미국은 커피에 초피 가루를 넣어 마시고 프랑스에서는 초피를 원료로 하여 새로운 향신료를 개발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피나무를 재배하여 초피 가루를 미국·유럽으로 수출하여 국가적으로 큰 소득을 얻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초피 열매를 수입해서 가공하여 한국으로 역수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초피를 재배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논 밭둑이나 집 주변에 자라는 초피나무를 귀찮다고 베어 내고 있는 형편이다.

박선홍 식물분류생태학 박사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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