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누굴 국회로 보낼까

지금 삼천리 강산에는 진달래꽃, 벚꽃, 복사꽃, 목련화 등 온갖 꽃이 만발하였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4·15 총선'의 열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보다는 정치 열기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한국 내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각 나라 대사들로부터 정치 현황과 전망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도 '어느 당이 몇 석이나 얻을 것인가' 등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럴 때 필자는 "한국 정치는 귀신보다 앞서가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라는 답변을 하곤 한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 정치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각 나라를 다니면서 국왕, 대통령과 수상들을 250여명이나 직접 만나보았다.

각 나라를 다니면서 다음 대통령이나 수상이 누가 될 것인가를 알아보면 대체적으로 세 사람 중 하나, 많을 겨우 다섯 사람 중 하나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그 나라에서 성장하는 지도자가 누구 누구인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1988년 캄캄한 공산주의 국가인 폴란드를 갔을 때 당시 크바스니에프스키 체육부 장관이 성장하는 지도자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후 공산주의 폴란드는 완전히 망했다. 그러니까 그 장관이 큰 지도자가 될 희망은 좌절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 장관은 1995년에 바웬사 대통령과 당당히 대결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우리나라도 하루 속히 정치를 예측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면 그렇게 예측할 수 있는 나라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습관적인 동물'이란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까?" 하고 생각을 할 때 후보들의 유세 내용도 물론 참고해야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후보가 그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 선거 분위기는 '아무개 배지 달기 운동'으로 잘못 알고 있다. 원래 민주주의는 결코 어느 개인의 배지 달기 운동이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직접 국회로 나가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형편상 직접 나갈 수 없으니 나 대신 아무개를 국회로 보내야겠다"는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서양의 자원 봉사자는 돈이 한 푼도 안 들뿐 아니라 자기 돈을 들여 가면서 선거 운동을 하는데 한국의 자원 봉사자는 왜 돈이 드는가?"라고 흔히 질문을 한다.

그 답은 간단하다. 서양 사람들은 선거 운동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남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일을 하는데는 당연히 품삯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하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는 직접 '나의 할 일'이요, '나를 대신해서 나갈 사람을 고르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노력과 돈을 써 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고를 때도 더욱 깊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선거는 비밀 투표니까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나 대신 국회로 보낼 만한 가장 좋은 사람을 골랐다"라고 자랑할 만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

물론 누구든지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다만 후보로 나온 사람들 중에 자기 마음에 제일 많이 드는 사람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

그 기준을 생각해 보면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 둘째, 정직한 사람 셋째, 청렴결백한 사람 넷째, 좋은 경험이 많은 사람 다섯째, 남의 일을 내일같이 기쁜 마음으로 하는 사람 여섯째, 지역을 발전시킬 능력 있는 사람 일곱째,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킬 사람? 여덟째,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 등등.

이런 조건 중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고르면 "나 대신 국회로 누구를 보낼까?"라는 물음에 좋은 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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