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의 '몽유도원도' 맛으로 재현, 충무공 밥상은 戰場의 보양식
역사와 人物 … 文化상품이 된다

요즘 '공주의 남자'라는 TV사극이 인기다. 특히 왕권탈취를 위해 많은 인재들에게 무자비하게 칼질을 하는 수양대군은 안방극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수양대군은 자신의 친동생 안평대군(安平大君)마저 김종서 등을 죽일 때 반역을 도모했다 하여 강화도로 귀양을 보냈다가 사약을 내려 죽였다. 그때 안평대군 나이 36세. 안평대군은 죽기 전 충청도 서산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화가 안견에게 자신이 도원에서 노닐던 꿈을 이야기하며 그림으로 그려줄 것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1447년 완성된 것이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이른 봄, 꽃잎이 흩날리는 복숭아밭에서 안평대군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사후의 세계를 그렸을까?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세계적인 명작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이번에 우리의 밥상으로 개발되어 그 정신으로나마 맛으로 살아나게 했다.

충남도 농촌기술원이 작년부터 추진해온 '몽유도원도 밥상'의 상표출원이 마침내 지난 달 23일자로 특허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이다. 밥상이 정부로부터 상표등록을 받기란 이례적인 일이다.

충남도 농촌기술원이 같은 날 상표등록을 받은 것은 이밖에도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밥상을 소재로 한 '현충 밥상'이 있고 '추사 밥상'과 '무령왕 수라'는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충남도가 충남도내의 역사·문화·인물의 이야기를 문화상품으로 개발하여 상표등록까지 하는 것은 문화적 자원을 향토음식과 접목시키고 관광자원화 시킴으로써 지역 이미지를 높이며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몽유도원도 밥상은 조선전기 1459년경 어의 전순이 지은 요리책이자 농업지도서인 '산가요록(山家要錄)'과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고향 서산의 음식, 그리고 복숭아 꽃잎이 흩날리는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서산 앞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를 섞은 쑥 된장국, 진달래와 달래로 만든 화전, 봄에 갓 나온 죽순과 움파로 무친 나물, 역시 서산에서 많이 잡히는 해산물로 만든 신선로, 복숭아 꽃잎으로 빚은 도화주, 꽃떡, 빨간 오미자 화채 등등. 여기에 박만두와 팥죽을 약간 곁들이면 보기도 좋을 뿐 아니라 그 담백한 맛도 끝내 준다.

'현충밥상'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를 기초로 하여 전장(戰場)에서의 음식이 갖는 특수한 맛을 형상화했다.

'몽유도원도 밥상'이 봄을 주제로 했다면 '현충 밥상'은 겨울을 주제로 했고 전쟁터에서의 보양식에 초점을 맞췄다.

'난중일기'에 보면 "고성현령이 쇠고기로 요리한 꼬치와 꿀통을 가져왔으나 복중이라…"하는 대목이 당시 긴장과 피로가 겹치는 전장에서의 보양제 음식이 어떤 것이었나를 시사해고 있다.

충남도는 이밖에도 예산출신 추사(秋史) 김정희의 글씨에서 영감을 얻은 '추사 밥상'과 당진출신 심훈 선생의 소설 '상록수' 이름을 딴 '상록수 밥상'도 출원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충남농촌기술원은 맛있고 영양 많은 쌀 개발을 비롯 친환경 유기농 버섯을 전국에 공급하는 등 '맛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구진들이 밤낮을 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밥상'도 상표가 되어 문화와 경제를 생산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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