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김경만 박사

석유는 다양한 용도와 유용성으로 인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자 산업의 기초 원료가 된다.

현대 생활에서 석유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의류, 가전제품, 각종 도구, 기차, 항공기 등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것에는 석유자원을 이용한 고분자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석유자원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불에 타기가 매우 쉽고 연소시에는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불에 타지 않도록 난연제라는 첨가제를 혼합해 사용한다.

과거 난연제는 염소나 브롬이라는 할로겐 원소들을 다량 함유한 화합물들을 수지의 물성에 맞추어 첨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수지에 함유된 할로겐 원소들은 수지가 타기 전에 열에 의해 방출되어 주변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 반응을 제어함으로써 화재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불에 잘 타는 수지의 연소를 막기 위해서는 다량의 할로겐 화합물들이 첨가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염소나 브롬은 공기 중의 수분과 만나면 유독한 염산이나 브롬 가스가 발생된다.

이것이 인체에 흡입되면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특히 건물, 기차, 항공기와 같이 밀폐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호흡을 하는 인간에게 불에 의한 피해 보다 먼저 폐 손상에 의한 질식으로 인한 대형 사망사고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군다나 난연제 중에는 RoHS에 의해 2006년부터 전자제품의 수지들에 대해 사용금지된 PBB(Perbromobenzene), PBDE(Perbromodiphenyl ether)등과 같은 화합물이 있다. 이들 화합물들은 화재시 열에 의해 무색이고 독성이 높은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다이옥신은 물이나 유기용매에 녹지 않고 미생물들에 의해서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성되면 자연계의 순환에 의해 인체에 들어와 심각한 병을 발생시키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RoHS에 의해 PBB, PBDE 및 할로겐계 난연제가 사용된 전자제품은 수출입이 규제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제품에서는 아직까지도 60~70% 이상의 플라스틱 제품에 PBB와 PBDE를 제외한 할로겐계 난연제를 첨가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할로겐계 난연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난연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친환경 난연제의 원료로 알려진 인 화합물들은 난연 성능이 할로겐계에 대하여 절반 수준이지만 가격은 2배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부존자원이 없어서 수입해야 하는 자원이다. 친환경 난연제의 개발은 원료인 인의 대량 생산국인 중국과 경쟁하여야 하는 무거운 부담감이 있으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하는 부분이므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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