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간재미·바지락·꽃게·주꾸미'등 맛기행

벚꽃도 식후경이라.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태안에 벚꽃, 진달래 등 봄꽃들이 만발해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지만, 배부터 채워야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산물 천국인 태안에서는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도 먹거리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봄꽃과 함께 남쪽에서 올라온 간재미와 진달래 필 때쯤 살이 오르고 창자가 찬다는 꽃게, 쫄깃한 맛이 낙지와 오징어도 고개 숙이고 돌아선다는 주꾸미 등 맛나고 신선한 것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 간재미 찜
먼저 '태안의 자랑' 간재미는 식도락가들에게 봄철 별미로 통한다.

이 지역에서 '갱개미'로 불리는 간재미는 홍어, 가오리와 같은 심해성 어종으로 3월 말부터 5월까지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주로 무침이나 회, 찜으로 먹으며 가격도 저렴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회는 뼈째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살 맛과 오돌오돌 씹히는 뼈 맛이 일품이다.

간재미 무침은 얼핏 잔칫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어무침과 맛이 비슷하지만, 육질과 뼈가 연해 어린이나 노인들도 먹는 데 무리가 없다.

미나리, 당근, 배 등 각종 야채와 식초,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버무린 벌건 무침은 매콤새콤한 맛이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찜은 살아 있는 간재미를 고추, 미나리, 팽이버섯 등 여러 양념과 함께 푹 찌면 된다.

잘 쪄진 간재미는 도톰한 살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살짝 벗겨낸 다음 새하얀 속살을 떼어내 간장이나 와사비 소스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단백질과 칼슘,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영양식으로도 그만인 간재미는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인근 20여개 식당에서 2만원대면 3∼4명이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봄철 바지락도 태안반도에서 빠질 수 없는 자랑거리.

11월 초부터 3월까지 태안지역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바지락은 4월까지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바지락은 담수의 영향을 받은 내해나 수심 20m 사이 자갈 섞인 모래펄에서 사는데 빈혈 예방에 필요한 철 성분이 쇠고기나 계란보다 30배나 많다.

바지락을 깨끗히 씻어 냄비에 물을 붓고 파 등을 넣어 끓인 바지락탕은 국물 맛이 시원해 숙취 해소 등에 그만이다.

태안반도 앞바다와 가로림만에서 썰물 때 주로 잡히는 뻥설게는 갯벌구멍 속에서 숨을 쉴 때마다 '뻥'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 '뻥설게' 혹은 '뽕설기'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여졌다.

뻥설게는 20∼30마리 정도 솥에 넣고 삶거나 밀가루에 묻혀 튀겨 먹고, 장조림이나 젓갈로도 만들 수 있다.

▲ 꽃게 찜
꽃게도 태안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5월에 주로 잡히는 꽃게는 알이 차고 살이 단단해 그 맛이 일품이다.

예부터 고급음식으로 각광을 받아온 꽃게는 탕, 장, 찜, 전골, 튀김, 무침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태안 안흥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크고 육질이 단단한 꽃게를 맛볼 수 있다.

봄기운 완연한 4∼5월경 태안 바닷가 어느 곳에서나 잘 잡히는 주꾸미는 특히 집산지로 유명한 남면 몽대포구에 가면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쭈꾸미'라고 불리는 주꾸미는 낙지과에 속하는 두족류 연체동물로 모양은 문어나 낙지처럼 생겼는데, 길이가 20㎝ 안팎으로 작고 비슷한 크기의 다리가 8개 달려 있다.

주꾸미는 볶음, 전골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지만 미식가들은 샤브샤브를 최고로 친다.

샤브샤브는 멸치, 무, 양파,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낸 다음 여기에 주꾸미를 넣고 살짝 익혀 먹으면 된다.

이렇게 데쳐 먹을 때 톡 터져 나오는 수액의 감칠맛 때문에 일부는 낙지보다 주꾸미를 한 수 더 쳐준다.

샤브샤브를 할 때는 너무 오래 데치면 살이 질겨져 제 맛을 느낄 수 없다.

구이도 양념 맛만 좋다면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 /태안=박기명·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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