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寧에 있는 明나라 장군비 내력, 홍길동의 무대였던 公州의 성터등
아름다운 마을이야기 발굴해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는 케네디 대통령과 그 동생으로 역시 암살된 로버트 케네디 전법무장관의 묘지가 있고 무명용사를 비롯 국가를 위해 죽은 사람들 16만기의 묘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남·북전쟁 때 북군에 패배한 남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저택을 개조하여 만든 기념관이 있다. 그러니까 알링턴국립묘지는 이름만 '국립'이지 국가 땅이 아니고 리 장군 사유지다. 남북전쟁 때 북군은 전사자들을 매장하는 게 큰 부담이었는데 마침 남군의 사령관이던 리 장군의 땅을 발견하고 그곳에 묻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동기가 되어 리 장군의 사유지는 지금까지 미합중국의 국립묘지가 됐다.

물론 미국의 정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 뒤에 숨어있는 그 지역의 향토사에는 사소한 이야기들, 오히려 정사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바래면 야사'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임진왜란 때 중국 명나라가 군대를 파견하여 우리를 도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횡포는 막심하여 심지어 우리의 명재상 유성룡(柳成龍)선생이 군량미를 늦게 조달하였다 하여 명나라 장군으로부터 행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보령에 주둔했던 명나라의 계금장군은 참으로 훌륭한 군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의 공덕비는 충남 보령시 오천초등학교 뒷동산에 있는데 그가 왜란 때 백성들이 명나라 군수물자를 운반했을 경우 노임을 받지 못하여 억울한 조선사람이 없도록 우마(牛馬)의 나이와 색깔을 모두 장부에 기록하고 돈을 지불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그는 노량대첩에도 참전하여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등장할 정도로 역할을 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대천문화원 임기석 원장이 중심이 된 '우리지역 바로 알기'를 통해 빛을 보게 되었다.

임 원장은 4년여 동안 이와 같은 향토사 운동을 통해 보령 오천에 주둔했던 충청도 수군절도사 최호장군이 홍주목사 홍가신(洪可臣)과 함께 1596년 홍주의 이몽학 반란을 진압했으나 이듬해 칠천 앞바다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이야기 등을 수집하는 등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참으로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기 고장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야말로 순수한 향토사랑이며 애국이다.

당진의 정정희 문화원장이 이끄는 문화학교도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고 홍길동이 공주땅에서 활약한 이야기를 밝혀 낸 공주향토사학회도 있다. 그밖에 홍석표 내포문화 연구회장을 비롯 홍성향토사학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필자가 지난 주 공주시에서 실시하는 둘레길 걷기에 참여했다가 공주 유구의 '동해(東海)'라는 마을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곡사 북쪽 차령산맥 산마루에 깊이 들어간 아늑한 마을이 있었는데 이름이 '동쪽바다'라는 뜻의 '東海'라는 것이다. 다섯 산줄기가 동네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데 그것은 다섯 마리의 용(龍)이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형국이라는 것. 그래서 용은 물이 있어야 하고 다섯 마리나 되는 용을 수용하려면 강물로도 안 되고 바닷물, 그것도 동해라야 한다며 그 옛날 그렇게 동네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 '10승지'에 들 만큼 빼어난 산세여서 6·25때도 인민군이 발을 들여 놓지 못할 만큼 피난 곳이었다.

험준한 산골을 '동해'라 부르다니…. 우리 충남에는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마을 이야기가 풍부하다. 따라서 향토사 발굴 작업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고향사랑이고 나아가 나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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