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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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4)


"대왕대비마마께서 경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다는 게요?"

"예, 대왕대비마마께서 '내가 이만큼 장수하여, 본 것도 많고 해본 것도 많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으나 다만 주상이 본래 소찬(素饌)을 들지 못하시니 내 사후에 육식을 오래 안 자시고 옥체 상하실까 근심된다 하시면서 내가 죽더라도 삼일 후부터는 육찬(肉饌)을 올리도록 하라'고 하시었사옵니다."

왕은 그 말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 말씀밖에 또 다른 말씀은 아니 계셨소?"

"다른 분부가 또 계시면 주상전하께 다 아뢰겠으니 말씀하소서 하였더니, 이르시기를 '내 병이 뻔히 아는 노환이기는 하지만 혹시 신민(臣民) 중에 억울한 일로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소' 하시더이다. 아마도 대왕대비께서 미령(未寧)하시기 때문에 은사(恩赦)를 내리시기를 바라시는 뜻이 아닌가 생각되옵니다."

"알았소."

왕은 복세암을 철거하는 것 외에는 모두 인수대비가 소원한 대로 불교에 대한 탄압을 철회하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사령을 반포하게 하였다.

왕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양로연(養老宴) 때 어사주를 엎지른 이세좌를 함경도 북변 온성(穩城)으로 귀양보낸 일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세좌가 실수로 술을 엎지른 것이지 임금을 업신여겨 고의로 엎지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강신(强臣)들을 억누르고 왕권(王權)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어전에서 사소한 실수를 범한 노신(老臣)을 제물로 만들었다고나 할까.

"이세좌는 죄를 정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지금 놓아주는 것이 빠른 것 같기는 하지만 나이 늙고 학식이 있어 이미 스스로 경계하였을 것이니 또 지금 은사를 베푸는 때이니 놓아주도록 하라."

대간이 이세좌를 놓아주라는 어명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승과(僧科) 부활 등의 조처에 대해 이단(異端)을 부흥시키는 일이라고 간쟁을 벌여 조정이 어수선했다.

인수대비의 병환이 위독해지자 왕은 예조 당상을 불러 만일 인수대비가 승하하면 장의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묻고 있었는데, 사간원(司諫院)이 그런 급박한 사정도 모르고 합계(合啓)하여 불교를 부흥시키는 제도는 절대 불가하다고 극력한 간쟁을 벌였다.

왕은 크게 노하여 사간원 전원을 파직시키고 말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의정부와 홍문관에서 파직된 사간원 관원들을 구원하려고 상소하였으나 왕은 듣지 않았다.

사헌부 집의(執義) 박소영과 장령(掌令) 이맥 등 사헌부 관원들이 연서한 차자가 연달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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