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복지정책 신중히…무책임한 생색내기는 분노만
정치인들 거울 앞에 자신을 보라

지금 필자의 세대들에게 대학시절의 '고학(苦學)'에 얽힌 추억들은 낯설지 않다. 요즘은 학원과외로 가정교사가 없어졌지만 필자는 그 무렵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어가며 졸업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힘든 일이였다.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코피가 터지기도 하고 가르치는 아이가 성적이 안 오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말 몇 번이고 집어치우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등록금 마련이라는 '지상명령'앞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겁게 늘어진 몸을 이끌고 버텨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둡고 힘든 터널을 빠져 나가면 '나는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꿈. 그 꿈과 희망이야말로 영혼의 등대였다. 그때 가정교사로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는 지금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어 훌륭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자도 있고 대기업의 전무가 되어 산업현장의 훌륭한 리더 역할을 하는 제자도 있다. 이들을 보면 힘들었던 나의 가정교사 시절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농촌에서는 자식 학비를 마련하느라 소를 팔고 논밭을 팔기도 하여 세상에서는 대학을 뜻하는 '상아탑(象牙塔)'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다. 소의 뼈가 쌓인 탑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던 그 교육열이 이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부모나 자식들 모두 꿈과 희망이 있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학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휠 정도이고 학생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르바이트가 시간당 4000원 안팎으로 매우 열악하여 흘린 땀의 대가 치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이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꿈과 희망이 보장된다면 그 어떤 고난도 감수할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 정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질 못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외치는 것은 '반값 등록금'보다는 꿈과 희망이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어 버리는 이 현실, 발이 아프게 뛰어다니며 취업의 문을 두드리지만 '백수'의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모집'의 소식을 듣고 1년에 몇 번이나 취업 시험을 보지만 그러나 어디든 '바늘구멍'이다.

여기에다 생활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전월세 대란은 신혼의 꿈을 앗아가 버린다. 왜 날로 혼자 사는 남녀가 늘어나고 아기를 낳지 않는가?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립 서비스는 젊은이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언제부터 그들이 민생을 챙기고 젊은이들의 고민에 동참해 봤는가? 솔직히 반값 등록금만 해도 그것이 실현성이 얼마나 있고 잘못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지 또 어떻게 부담을 덜어주는 길을 찾을지 진지하게 연구한 정치인이 있는가?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내놓은 슈퍼마켓에서의 약품판매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딱한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숨가쁜 시기에 정치가 국민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꿈과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이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겹치는 해여서 복지 이야기가 무성하다. 그리고 무수한 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르고 과거 흘러간 얼굴들도 지역발전과 복지를 외치며 염치 없이 뛰어다닌다. 오늘의 정치- 국민에게 꿈을 주는가, 실망을 주는가,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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