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문산 개발과 관련하여 도시공원 보전대책 수립을 촉구한 환경단체의 성명에 공감하는 대목이 많다. 도시공원법상 면적의 20% 이하만 기반시설에 할애하도록 돼 있는 기준에 이미 육박하고 있음에도 각종 개발계획으로 환경오염과 자연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도시 팽창에 따른 개발과정에서 자연파괴가 불가피하더라도 이제는 여기에 부수되는 요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와 부작용 최소화가 선결과제로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문산은 가급적 원형 그대로 놓아두고 꼭 필요한 경우 철저한 환경영향 평가와 여론 수렴, 그리고 타 지역의 경우를 벤치마킹하면서 개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속한 성장세에 있는 대전의 미래와도 부합된다. 스포랜드, 플라워랜드, 간이 골프장, 경륜장, 보훈공원, 민자 위락시설 등 이미 논의됐거나 현재 거론 중인 숱한 시설들이 모두 들어설 경우 보문산은 자연정화 기능을 상실하고 삭막하고 오염된 도시의 유희공간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

보문산은 대전이 보유한 천혜의 녹색공간으로 도시의 허파다. 그렇지 않아도 중심가에 공한지가 생기는 즉시 아파트나 상가가 들어서 도시오염이 가속화되고 시민들의 휴식 여건이 열악해지는 마당에 보문산마저 난개발된다면 대전의 발전 잠재력과 쾌적한 도시기반은 중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일본 도쿄의 우에노 공원,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블로뉴, 뱅센 숲, 뤽상부르 공원 등은 금싸라기 땅을 시민에게 개방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녹색 도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자연생태계 보전과 도시 균형발전, 교통혼잡 예방, 시민휴식과 건강공간 조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도시에 남아 있는 녹지라는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보문산 개발은 최소화되거나 그대로 두어야 한다. 도시개발은 반드시 현대식 건물과 대형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흙과 산, 울창한 수목과 맑은 공기가 숨쉬는 공간 조성 그 이상의 도시개발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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