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항 세관에서 잡아내는 인기(?) 밀수품 가운데에는 알래스카의 순록 뿔을 비롯 녹용과 수컷 물개의 성기(해구신) 등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것들이 시들해졌다고 한다.

사실 과거 우리 농촌에서 사슴 몇 마리 갖고 있으면 자식 교육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처럼 사슴뿔과 사슴뿔에서 나오는 피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두 말 할 필요 없이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제의 등장이다. 1998년 세상에 모습을 들어 낸 비아그라는 페니실린과 함께 인류의 가장 획기적인 의약발명품으로 꼽힌다. 그것들이 인간의 수명연장 또는 부부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특히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제의 경우 항상 시끄러운 부작용의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누구는 부작용으로 청각장애를 가져왔고 안면홍조현상에다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고 대한약사회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비아그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비아그라로 인한 수익이 좋다는 반증이다. 거의 매일 중국에서 들여오는 가짜 비아그라를 5억 원어치, 10억 원어치 또는 그 이상 압수했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진짜·가짜 비아그라의 거래규모는 년간 수천억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비아그라의 폭탄을 맞는 곳이 한의원. 한의원만이 누리던 '보약'의 자리를 비아그라와 건강보조식품에 빼앗기고 설상가상, 1조원대로 유통규모가 늘어난 홍삼의 대중화까지 끼어들어 한의원들은 가슴이 탈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올해 9월 충남 금산에서는 인삼엑스포가 열린다. 전국 최고의 인삼집합지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삼·약초 시장이 있는 금산인 만큼 그동안에도 해마다 인삼축제를 열어왔다. 이제 그 규모를 국제적으로 넓혀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 엑스포는 비아그라와 건강보조식품에 뒤로 밀리고 있는 인삼이 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한의원을 부활시키는 기능도 할 것이다. 사실 옛날 한의원의 간판에는 인삼과 녹용이 그려져 있을 만큼 한의업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인삼과 한의원이 운명을 같이 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제 부작용이 많은 비아그라 대신 인삼이야말로 이 복잡한 시대의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풀어주고, 심신에 안정을 주는 한편 비아그라가 접근할 수 없는 보혈(補血)과 보기(補氣), 행혈(行血)의 영약임을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학술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면 이번 인삼 엑스포가 옛날의 인삼이 갖는 영광을 되찾을 수 있고 세계시장에서 고려인삼의 진가를 발휘할 전기도 될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한민국 10대 브랜드인 고려인삼을 산업 크러스트화하는 엑스포로서의 성과"를 강하게 주문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안 지사는 "인류와 함께 1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고려인삼이 앞으로 1000년 이후까지 명성을 이어갔으면…"하는 꿈도 피력한 바 있다.

그렇게 해야 금산 경제도 살고 금산뿐 아니라 부여·논산·서산·공주 등에 많이 있는 인삼 농가도 살며 우리의 한의원도 다시 빛을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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