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하겠다" 약속 '말뿐'… 운동복 살 돈조차 없어

화재 참사의 충격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재창단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가 운영비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천안초 축구부는 지난해 3월 발생한 합숙소 화재로 25명의 축구부원 가운데 24명이 숨지거나 부상당해 와해된 뒤 진통 끝에 부상회복 학생 1명과 외부 영입 학생 26명 등 27명의 선수들로 지난해 9월 재창단됐다.

당시 동문회를 중심으로 지역 축구인, 교육계 등 지역사회에서는 '희생된 어린이들의 꿈을 잇기 위해서는 축구부가 해체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주도하며 재창단할 경우 경제적 후원까지 앞다퉈 약속했었다.

일부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천안초 축구부의 재건을 위해 축구협회 성금 중 일부를 축구부 발전기금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었다.

그러나 재창단 6개월 만에 천안초 축구부는 선수들의 트레이닝복조차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이 같은 약속이 '생색내기'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학부모들의 후원금으로 근근이 운영되는 천안초 축구부는 매달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메우느라 누적된 적자액이 수백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운영난으로 제때 용품을 구입하지 못해 훈련에 차질을 빚는 데다 전용차량이 없어 원정경기에는 학부모나 코치의 차량을 빌려 이동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축구부는 일단 분기별로 지원되는 학교예산을 미리 앞당겨 쓰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으나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또다시 해체를 고려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선근 감독은 "내달 14일로 다가 온 동원컵 충남예선은 천안에서 열려 그런 대로 헤쳐 나갈 수 있지만 5월 금석배 전국대회는 어떻게 출전 경비를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각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상회복 학생 홍영동군은 "희생당한 선후배들의 꿈을 대신 이룰 수 있도록 우리 학교 축구부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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