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전직 교사가 교직을 떠나고 나서 11년간 장학금을 기탁한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고인이 돼 8일 오전 발인을 한 최광수(72)씨.

1998년 2월 청주 상당고에서 교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그해부터 이 학교에 1천여만원씩을 기탁,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전인 2008년까지 매년 장학금 기탁을 이어왔다.

그는 평소 "고등학교, 대학교 때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나도 세상에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장학금 기탁의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유덕희(65)씨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은 제자들을 모두 아들ㆍ딸로 생각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르쳤다"며 "퇴직한 뒤에도 자식 같은 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적지 않은 장학금을 기탁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제자들도 아버지 같은 사랑을 베풀어준 은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보은 보덕중학교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이범구(52.한밭대 겸임교수)씨는 "선생님은 나에게 부모와 같은 분이었다"며 "얼마 전 병원에서 뵈었을 때 선생님이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주시던 따뜻한 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교직을 떠나고 나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사랑은 많은 제자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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