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석 KAIST 산학협력단장

얼마 전 조선업계 중견기업의 연구진이 찾아왔다.

선박에 장착되는 보일러를 새롭게 만드는 연구를 같이 해 보고 싶어 했다.

그동안 이 기업은 외국의 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외국에 로열티를 주지 않고 독자적인 새 기술로 보일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축적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조금만 더 연구개발을 한다면 혁신적이고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최근에 만난 또 다른 기업은 규모가 큰 대기업이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어떤 기술을 준비해야 하는 지가 이 기업의 고민이었다. 미래의 유망기술에 대한 정보를 찾고 어떻게 하면 기업의 미래 주력제품으로 접목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이 두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들은 지금 바로 시장에서 활용할 신기술 개발과 함께 10년 혹은 20년 후에 활용할 미래기술을 발굴해야 하는 고민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 두 기업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기업들과도 여러 차례 이와 유사한 상담을 하였다.

불과 몇 개월 사이 기업과의 접촉이 부쩍 활발해진 이유는 올해 처음 시작한 기업회원제의 효과라 할 수 있다.

KAIST 기업회원제는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연구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현재 당면한 애로기술에 대한 점검, 자문 및 후속 공동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미래기술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대학의 기술과 정보를 필요로 했던 기업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없던 기업이 대학과의 원활한 기술개발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협력하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경영학회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이 대학과의 협력이 부족한 가장 첫 번째 이유가 대학에서 하는 일들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고 한다.

또 기업이 대학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기술개발이었다.

기업은 대학과의 협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기술개발을 함께 할 대학의 정보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는 조사 내용이었다.

이후 대학의 연구개발능력의 성장과 더불어 기업과의 협력의 성과가 점점 커지고 있고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야 한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에 ‘산학협력국’을 신설했다.

이것은 강력한 조직구성을 통해 교육과 산업현장을 연결하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찾고자 하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대학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저마다 대학들이 지닌 특성이 있고, 대학들은 산업현장에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홍보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또 산업체가 요구하는 것을 대학이 먼저 주도하여 전략적 기획을 해야 한다.

현재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새로운 임무는 바로 그런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