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학내갈등, 대학통합 不發, 소통의 리더십 문제는 없나?
통합보다 100大 대학진입 절실

권위를 자랑하는 ‘더 타임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대학에 우리나라는 서울대(50위)와 KAIST(69위)가 들어 있다.

케임브리지 1위, 하버드 2위, 예일 3위 … 아시아 100대 대학에서는 서울대가 6위, KAIST 11위, 포항공대 12위, 연세대 18위, 고려대 26위 등 우리나라 16개 대학이 들어 있다. (영국의 다국적 대학평가기관 QS world university ranking)

일본이 25개로 제일 많고 중국이 13개 … 그런데 대전·충남의 거점 국립대학이라고 일컫는 충남대학은 눈을 씻고 봐도 100대 안에서 밀려나 있다. 같은 지방 국립대이면서 경북대는 61위, 부산대 66위, 전남대 97위 등 3개가 있는데 충남은 없다.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충남대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KAIST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명문대로 도약하고 같은 지방대이면서 경북·부산·전남이 멀찌감치 앞서 가기 때문이다.

충남대학은 6·25 전쟁 속에서 충남도민(당시 대전시 포함)의 땀과 정성을 쏟아 세운 대학이다. 그때 도민들은 여름에 보리 1말, 가을에 벼 1말을 각출하여 대학을 세웠다. 그래서 충남대와 관계가 없어도 이 지역민들은 애정을 갖고 충남대가 잘 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충남대가 중심이 되어 벌어진 사태에 지역의 실망이 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송용호 총장이 시도한 공주대학, 공주교대와의 무모한 통합시도.

송총장은 지난 3월 28일 대학구성원이나 지역의 사전정지작업과 의견수렴 없이 공주대·공주교대와의 3개 국립대학의 통합 MOU를 체결했다.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독단적인 통합을 반대한다.’는 플랜카드가 교내 곳곳에 나부꼈다. 교문에서 대학본부까지 도배를 하다시피 한 플랜카드의 공통된 단어는 '독단'. 총장 자신도 출퇴근 때마다 이것을 보고 다녔을 텐데 결과는 리더십의 참담한 상처만 입고 무산됐다.

'소통'의 교훈을 뼈아프게 각인시켜 주었지만, 그 뒤에도 공주교육대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그와 같은 소통의 정지작업 없이 무모하게 달려가다 6월 22일 공주교대 교수 회의로부터 사실상 '부결'의 퇴짜를 맞고 말았다. 송총장 리더십의 빨간불은 이미 2009년 경영전문대학원 MBA설립과 관련해서 시작됐고 2010년에는 법인화 독단추진으로 학내 갈등을 겪었다. 일생을 존경받는 학자의 길을 걸어온 송총장으로서는 보기에 민망하다.

공주에서는 왜 송총장이 공주만 휘젓고 다니느냐고 불만이 크다. 그렇잖아도 공주는 세종시의 출발로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이 세종시에 편입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세종시가 본격화되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주시는 시장을 비롯 모두가 발 벗고 뛰고 있는데 공주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교육도시로서 두 대학이 빠져나간다면 공주 발전에 재를 뿌리는 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시내 한복판에 천막을 치고 '통합반대'를 외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공주시민들만 그런 게 아니다. 지역에서는 대학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닌데 왜 자꾸만 대학의 몸집을 키우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라리 대학을 더 정예화하고 차별화하여 세계 100대 대학을 못할지라도 아시아 100대 대학이라도 진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다. 그것이 대학을 세운 지역의 염원을 위해서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