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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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3)


"다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일은 마마의 대사동 사제(私第)가 화재 위험이 있는 것이옵니다."

"화재위험이라니, 우리 집이 불이 날 위험이 있단 말씀입니까?"

"그러하옵니다. 주위에 크고 작은 인가가 빽빽히 들어서 있어서 만일 한 집에서만 불이 나도 온 동네가 불바다가 될 위험이 있사옵니다."

"아이구, 내가 왜 그걸 미처 못 생각했었담! 요즘 대궐을 내려다 보거나 대궐에 너무 가까이에 있는 인가를 헐어내느라고 야단들인데,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인가도 전부 헐어내게 하여 줍시사고 상감마마께 청쪼아야겠네요."

"그렇게 쉽게 되겠습니까? 대궐 부근 인가를 철거하는 데도 반발이 심한 모양인데요."

"그렇기야 하겠지만 나라에서 집값을 물어주면서 어명으로 헐으라는 데야 당할 재주 없겠지요."

"대사동 인가를 철거하는 데까지 나라에서 집값을 물어주겠습니까?"

"내가 이래뵈도 숙원이고 옹주까지 낳은 몸인데 상감마마께서 아니 돌보아 주시면 누가 돌보아 줍니까?"

녹수의 말은 자신에 차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임금 다루기를 어머니가 어린애 다루듯 하는 녹수이고 보면 무엇이든지 마음먹어서 이루지 못할 일이 없었다.

그 무렵 인수대비가 병중에 있었다. 왕이 날마다 병문안을 하였는데, 인수대비는 세상을 다 산 것 같다면서 몇 가지 소원을 말하였다.

인왕산에 있는 자기의 원찰 복세암(福世庵)을 철거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과 승과(僧科)를 부활시켜 해마다 중 열 명씩을 뽑아 도첩(승려증명서)을 줄 것, 부처에게 공양하고 사찰을 중수하게 할 것, 사찰에 불법으로 속해 있는 토지와 인민을 색출하는 일을 중지할 것 등등이었다.

그것은 불교를 혹신하는 인수대비다운 소원이었다.

왕은 고심하였다.

그는 생기적으로 불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악업(惡業)을 짓고 싶은 그로서는 인과응보를 말하는 불교를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왕이 불교를 보호하거나 진흥시키는 일은 유신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병환 중에 있는 칠십 고령 할머니의 유언과도 같은 소원을 묵살하기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결단을 못 내리고 차일피일 시일만 끌고 있는데, 어느 날 승지 박열이 아뢰는 것이었다.

"전하, 신이 대왕대비전에 문안을 올리러 갔사온데 대비마마께서 신에게 하교하신 말씀을 아뢰고자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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