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반복되는 재해- 폭설의 경고

지난 5일 대전·충남지역을 강타한 사상 최악의 폭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이날 하루 동안 내린 눈은 비닐하우스와 공들여 키워 온 농산물, 가축, 정든 집, 공장 등을 초토화시켰다.

춘삼월에 예상치 못했던 눈은 제설작업과 피해복구에 엄두도 못낼 만큼 지역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충청권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고 각종 장비와 인력을 투입, 응급복구에 만전을 기울였지만 한정된 여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피해복구 현장엔 연일 수천여 명의 민·관·군이 투입돼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비닐하우스 해체작업 등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장비가 현저히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까지 응급복구가 일단 끝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항구복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더 많은 인력과 장비 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현황은 대전시 670억원, 충남도 3529억원 등 총 4199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6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논산시, 공주시, 부여군, 연기군 등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논산시는 697억원, 공주시는 536억원, 부여군과 연기군은 각각 634억원과 275억원의 피해가 났다.

시설별 피해 내역으로 축사 3078개와 비닐하우스 1628㏊, 인삼재배시설 1319㏊, 주택 35채와 공장시설 332개가 파손됐다.

또 공공시설로 학교는 39개가 피해를 입었고, 군사시설 9개소와 공공건물 37개가 피해를 입었다.

합동조사반의 피해집계를 종합한 결과 사유시설 3428억과 공공시설 41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피해복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일까.

피해복구 현장에선 전문 장비 없이 드라이버와 쇠톱 등 원시적인 도구로 복구작업을 벌이다 보니 공무원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하게 조립된 비닐하우스 파이프 하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3∼4명씩 매달려 30분 이상을 씨름해야 겨우 해체할 수 있다.

절단기 등 전문 공구를 구하기 위해 주위 상가를 뒤졌지만 기초 장비만 겨우 구할 뿐이다.

전문가들이 아니다 보니 일이 더디기만 하고 복구 현장엔 철거 전문 장비가 절실한 형편이다.

군 병력 역시 맨손으로 복구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노력에 비해 힘만 들뿐 작업의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함께 비상근무로 군경 인력 지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응급복구 인력 확보도 불투명해 폭설로 주저앉은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그나마 소방공무원들이 동력절단기와 유압스프레터, 커터기 등 보유하고 있는 전문 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벌인 결과 이제 응급복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대전·충남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복구비를 대폭 상향 지원했다는 점이다.

시·도는 무허가 축사 및 자연재해대책법 규격 미달 비닐하우스에 대한 조건부(표준규격 재설치) 지원은 물론 철재·자동화 비닐하우스의 복구비 상향 조정 외에 철거비가 10%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또 한우·젖소 등 가축 입식에 대한 지원이 최고 229%까지 대폭 상향되고 소규모 계사의 지원 기준도 늘어났다.

가격 폭등 등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철강 원자재 및 파이프의 확보로 공급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복구비가 상향 조정된 것은 ▲철재 비닐하우스 ㎡당 7660원→8670원(13%) ▲자동화 비닐하우스 2만 5000원→2만 6600원(6.4%) ▲한우송아지 1마리당 88만 9000원→292만 6600원(229%) ▲한우 육성우 116만 5000원→316만 3000원(171.5%) ▲젖소 송아지 39만원→61만 7000원(58.2%) ▲젖소 육성우 109만원→137만 6000원(26.2%) ▲계사 1800㎡→2700㎡ 등이다.

이같이 복구비가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은 시·도에서 그동안 고 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관계부처에 건의한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기록상 처음의 재해는 노아의 홍수일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삼고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이면 황사와 돼지콜레라 등이 발생하고 여름엔 집중호우, 가을엔 태풍, 겨울엔 이번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정해야 한다.

지난 2001년 1월 대설 때도 비닐하우스 피해가 가장 많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적법하게 설치한 시설은 피해가 적었으나 규격 미달 및 무허가 시설 등에 대한 피해가 아주 극심했다.

자치단체에서 그동안 철저히 행정지도를 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다.

예부터 수많은 재해를 겪어 왔지만 그때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허둥지둥 수습하는 일을 되풀이해 왔다.

이번에도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또 남기게 됐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재해대책을 해야 할지 영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매년 재해대책 예산을 수립하지만 이는 사고가 난 후에 복구비와 보상비로 사용될 뿐 예방을 위한 집행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폭설을 계기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재해예방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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