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토가 마구잡이 개발로 병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태안 해안국립공원 지역인 안면도까지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를 아연케 한다. 안면도의 난(亂)개발은 재작년 국제 꽃박람회 이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해안관광도로 건설과 호안블록 축조 등으로 꽃지해수욕장을 비롯한 주요 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펜션업자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점이다.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펜션과 불법 건축물은 7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앞으로 간월도 관광 개발과 바다목장 사업이 본격화되면 더욱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청정지역으로 고시된 안면도가 펜션업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해안국립공원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경치가 좋은 곳일수록 투자가치가 높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약삭빠른 업자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게다가 펜션과 같은 민박시설은 법적 규제를 교묘하게 벗어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우리의 개발방식이 원래부터 개발 자체에만 뜻을 둔 나머지 아름다운 자연의 보존에는 등한한 데 문제가 있다.

국립공원 지역이라 해도 관광도로도 있어야 하고 호안블록 축조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관광객이 있는 곳에는 그들이 머물 만한 시설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별 없는 개발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는 일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호안공사로 모래가 유실된 해수욕장 같은 데는 모래포집기(捕集機)를 설치해 복원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숙박시설에 대해서도 자연경관이 뛰어난 경승지에서의 난립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안면도에서의 난개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안면도 일대를 연안관리지역으로 지정,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고장의 자랑인 안면도가 마구잡이 개발의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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