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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이른바 '맛집'이 한 해 9000여 곳을 넘는다고 한다. 화려한 색채와 자극적인 소리로 관심을 끌고, 입맛 당기게 하는 카메라 각도와 손님들의 자지러지는 탄성에 넋을 잃고 식탐을 야기했던 '맛집' 프로그램이 많은 경우 사전에 계약되고 치밀한 각본에 의해 촬영된 '쇼'였다면 허탈하다 못해 배신감을 느낀다. 결국 순진한 시청자를 우롱한 맛집 탐방의 최대 피해자는 TV에 소개된 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가 '별미'에 돈을 썼던 시청자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에서 상영불허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기각되어 결과적으로 영화선전을 도와준 셈이 된 7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 쇼'는 전국 10개 상영관에서 개봉되었다. 그 많고 많은 멀티플렉스 극장 가운데 열 곳 남짓 이 영화를 걸었으니 찾아가 구경하기도 수월찮다. 대전역 근처에 있는 '예술극장'에서 스무 명이 채 못 되는 관객과 함께 봤다.

'맛집' 소개는 모든 대중매체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단골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사기에 가까운 수법이 동원되면서 결국 영업이 시원찮거나 더 큰 매출을 올리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변칙 마케팅 수단이 되어버렸다.

한 번도 안 가본 음식점이 스타들의 단골식당이 되고 이런 거래에 으레 개입하는 브로커들이 별 생각 없이 고안해낸 희한한 음식들이 별미로 둔갑한다. 방송에서 눈길을 끌기위한 자극적 급조메뉴들이 등장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철갑 상어알 캐비아를 삼겹살에 박아 구워먹는다는 메뉴가 소개되어 한동안 인기를 얻기도 했다. 캐비아는 날 것으로 먹어야 식감과 풍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삼겹살에 끼워 넣은 재료는 캐비아가 아니라 럼피쉬라는 생선알로 한통에 5000원이라고 한다. TV 맛집에 소개되었다는 벽걸이 액자도 방송사와 관련 있는 업체에서 시가의 몇 배를 주고 주문해야 하는 철저한 먹이사슬은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는 사이 음식 고유의 미각과 격조는 사라지고 정체불명의 퓨전 음식이 별미라는 이름아래 미디어를 통해 반짝 인기를 누린다. 진실한 맛과 소박한 정성이 깃든 식당이 더 많으련만 치밀하게 조작된 맛집 탐방 프로그램은 아직도 여전히 눈길을 끈다. 영화 '트루맛 쇼'에서 대담하게 고발한 '맛장난'의 실체는 결국 소비자 스스로 눈을 뜨고 현명해져야 한다는 반면교사에 다름 아니었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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