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석 전 대전시 치과의사회장

살아가다 보면 무슨 일을 매듭지어야 할 때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대부분 여러 사람들의 이익이 충돌할 때가 많이 있고, 여러 가지를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회원이 500여 명 되는 작은 집단이지만 구성원들의 개성이 강하고,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으로 이뤄진 경우, 집행부가 사업계획을 마련 구체적으로 추진하려고 할 경우 그 의견에 반대하는 집단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결정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해 가며 진행시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행사를 기획한 후 날짜를 정할 때 예전에 항상 일요일에 했기에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에 행사일을 잡자 일 년에 한 번 있는 석가탄신일에 그날을 맞추었느냐는 다소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집행부에서 이사회를 거쳐 심사숙고한 만큼 일을 추진하고 설득하며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작은 규모에서도 결정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 일의 진행이나 반대편의 설득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조금 범위를 넓혀가면 여러 이익단체가 얽힌 문제도 나타난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는데 몇만 명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 집단의 업무영역을 정하는 문제일 경우 더욱 그렇다.

주무 부서에서 충분히 연구해 업무 영역을 조정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결정해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뒤늦게 이를 알아챈 나머지 몇 개 집단의 반발로 발목이 잡혀 몇 개월째 추진이 보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무 부서가 눈치를 보며 집단끼리 조정해 안을 만들라고 하니 서로 헐뜯고 싸우느라 일의 진척도 안된다.

차라리 처음 결정한 원안대로 추진을 했다면 집단끼리 반목이라도 안 생겼겠지만, 조정은 커녕 오히려 감정만 상해 그 집단의 대표자들이 각종 행사장이나 회의장에서 옆자리를 회피하는 것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그 문제는 언제 풀릴지도 알 수 없다. 차라리 명쾌한 결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를 더욱 넓혀 보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국책사업 결정도 사정이 비슷하다. 국가의 한 부서에서 연구기관을 통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고 시행하면 될 일을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소모적인 경쟁을 시켜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각 지자체별로 해당 지역에 대한 이익이 걸려 있고,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은 지역민들로부터 능력에 대한 잣대를 평가받아 구성원들을 총동원해 죽기 살기로 덤벼들게 된다.

이는 결국 국론을 사분오열 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탈락한 지역에서는 승복이 쉽지 않다.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리 지역이 차별과 외면을 받는다’는 소외감과 더불어 정부에 대한 실망여론이 자리를 잡게 된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명쾌하게 결정을 내려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자세를 바탕으로 책임 있고 소신 있는 결단들이 모여야 작은 단체부터 집단, 나아가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의 단결에 도움이 되고 불필요한 국론분열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방영돼 높은 인기를 끌었던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명쾌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