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사회부장

자녀를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기 위한 맞벌이가 늘고 있다. 어떤 주부는 할인점에서 시간제로 근무하고, 어떤 주부는 파출부로 일하기도 한다. 또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퇴근 후 대리운전 등 부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경제적 능력과는 무관하게 울며 겨자먹기로 과외를 시키고 있다.

사교육으로 인한 이 같은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놓은 후 대전시·충남도교육청도 의욕적인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양 교육청은 도시와 농촌, 도·농 복합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안을 발표한 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84%가 찬성했다. 그러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는 응답자는 60%에 머물렀다.

이해관계에 있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면 가정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를 줄여 주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84%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교비 경감안에 대해 효과를 기대한다는 견해가 60%대에 머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과 학부모들은 정부가 내놓은 교원평가제, EBS 수능방송과 인터넷 강의, 수준별 보충학습, EBS 수능방송 내용 중에서의 수능 출제 등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대답이 60.9%에 그쳤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해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전혀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한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인기에 영합해 화려하게 포장된 그럴듯한 대책만 발표하고 후속 대책은 물론 실행에 옮기는 일에 소홀했기에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학부모들은 더 이상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공교육 정상화 방안 등에 현혹돼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사교육비 경감안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효과와 관련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대전시·충남도교육청이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라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교육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불신을 쌓이게 만든 당사자가 교육계의 위정자들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교육비 대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우리 교육이 미망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그만큼 중요하고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위기감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부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지만 이번에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과거 어느 대책보다 현실성이 있고 교육현장에서도 환영받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번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13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이 바로서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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