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은신해 있던 탈레반 지도자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군의 작전명은 '제로니모'.

제로니모는 미국 원주민으로서 인디언 아파치족의 전설적 추장이었으며 우는 아기도 제로니모가 온다면 울음을 뚝 그칠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는 막다른 상황에서도 종족을 배신하지 않고 미 기병대와 맞서 훌륭하게 싸웠다. 그래서 백인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는데 미 의회 역사상 연설을 한 단 하나의 인디언 추장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인디언 추장들의 영웅담은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디언추장들의 영웅담에도 불구하고 이들 미국 원주민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문화는 파괴됐고 인구의 급속한 감소에다 제한된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금도 이들 미국 원주민들의 실업률은 80%에 달하고 연방법과 원주민 자치법의 갈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산업을 일으키기 어렵다.

왜 미국을 지배하고 있던 인디언들은 이렇게 몰락하고 말았을까? 그것은 용감하게 싸운 추장들은 많았으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새로 전개될 변화를 직감하지 못했고 그런 지도자(추장)가 없었기 때문이다. 투쟁이 지도자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든 절대적으로 그 민족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 충청인들은 세종시를 위해 싸웠고 과학벨트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해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충청권은 과학벨트에 대한 부푼 꿈에 모두들 고무돼있다. 과학벨트가 단군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로 엄청난 물량이 투입되고, 그에 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등 눈부신 기대는 우리 충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는다.

또 사실이 그렇다. 이 때문에 충청권의 시· 도지사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당적을 떠나 초당적으로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싸웠고 그래서 성공을 한 셈이다. 이처럼 대전·충남·충북이 하나가 되어 뭉치기도 처음이고 모든 정당이 하나가 되기도 처음이다. 그동안 현안사업에 대해 뿔뿔히 흩어져 단합을 못했던 우리 충청도로서는 큰 진화(進化)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정신차려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미국의 원주민처럼 '새로운 기회'는 외지인, 특히 서울의 힘있는 사람들 잔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대전발표가 있자마자 대덕단지 인근과 유성 송강지구, 과학벨트가 들어설 둔곡지구 등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세종시 아파트분양 설명장에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물론 과학벨트의 과실은 모든 국민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염홍철 대전시장이 말했듯이 이 사업은 충청인의 지역사업이 아니고 국가사업이다. 그래야 과학벨트는 성공을 거두고 이 나라 백년대계에 맞는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갓 쓰다 장 파한다' 는 속담이 있듯이 박수만 치다가는 어느새 '충청도 인디언' 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3개 시도지사가 충청권 상생발전에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밝힌'충청권 광역경제포럼'역시 구체적 실천방안이라 믿는다.

아무튼 '충청도 인디언'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으로 건국이후 최대라는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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