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한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알아보는 시사보도가 있었다. 젊은 남녀가 한복을 입고 번화가를 걸어가니 남성의 경우 철학 하는 사람, 여성은 모델이나 특정상품 광고행위로 받아들였다. 또 취업박람회에서 한복차림으로 면접에 응시한 남성의 경우 호감과 비호감이 대체로 엇비슷했는데 호감의 이유로 개성 있고 주관이 뚜렷해 보인다는 의견이었고 비호감은 무언가 조직사회에서 '튈 것 같은', 즉 돌출행동의 우려가 있어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설명이었다.

신라호텔 뷔페식당의 한복착용 입장금지 논란이 아직 생생한데 이 TV보도는 보다 자명하게 지금 한복이 처한 위상과 한복을 바라보는 시선을 정리해 주었다. 오래 쓰이던 '개량한복'이라는 용어가 자기비하적이라는 여론이 있어 '생활한복'으로 바뀌었지만, 한복은 입기 거추장스럽고 행동이 불편하며 남의 눈에 띄어 기피하게 된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혼수에서 한복을 우선 제외품목으로 여기는 신혼부부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활용할까. 이 경우 눈여겨볼 사례로 베트남 여성의상 아오자이를 꼽을 수 있다. '긴 옷'을 뜻하는 아오자이는 19세기경부터 보급된 민속의상으로 원래 핑크, 연두, 하늘색 같은 밝은 색깔 상의와 속옷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투명 흰색바지였는데 그 후 상, 하의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근래 진한 색상에 용, 꽃, 공작 같은 대담한 무늬를 손으로 수놓은 디자인이 선호된다고 한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노동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활동에 편하며 값싸고 실용적이다. 1990년대 이후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다시 보급되어 1989년 이후 여학생 교복(상하 흰색)으로 채택될 만큼 대중성을 확보하였다. 베트남 항공 여승무원들의 아오자이 근무복은 날렵하고 매력 있는 맵시로 정평이 나 있다.

새해, 축하의식, 사원참배나 격식을 갖추어야 할 자리는 물론이려니와 평상복으로도 널리 선호되는 아오자이의 생활화 과정은 점차 쇠퇴일로에 있는 한복의 활로모색을 위해서도 참고할 만하다. 요즈음 과감하고 다양하게 변형되는 한복은 디자인 콘셉트와 색상 등 여러 면에서 오히려 서양패션에 가깝게 다가간다. 이러다가 한복으로서의 전통이나 최소한의 특성마저 사라져 버리고 또 하나의 국적불명 문화로 변신할지도 모르겠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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