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용 한밭대 교수

운전자 가운데 술을 마실 줄 아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음주 후 운전을 할지 말지를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음주단속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음주단속 1건당 893만 원의 비용이 들었고,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미슐랭가이드 2011년 한국판에서는 한국의 음주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이고, 특히 밤에 활력적인 한국에서 소주 없는 저녁만찬은 없다고 소개할 정도로 우리는 술과 친숙한 사회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음주문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중국 당대의 대표적 시인 이 백은 자유분방한 방랑생활을 즐기며, 술을 예찬하고 풍류를 즐겼다. 달빛을 머금은 호수를 바라보며 홀로 술과 함께 자연을 노래하는 옛 시인의 여유로움을 어찌 동경치 않을 수 있겠는가.

술의 이로움은 적지 않다. 동료, 친구, 연인 혹은 낯선 이들과의 술자리는 성취를 축하하며 힘찬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하고, 거친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의 애환을 달래 주기도 한다. 서먹한 자리를 유쾌하게 하고, 한 잔 술에 용기를 내어 평소 하기 어려운 일들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음주로 인한 폐해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술이 가져다 주는 이로움 만큼이나 크다. 지나친 음주로 건강을 해치고, 가정과 직장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음주는 범죄나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도 많은 경우 음주상태에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우리나라 간질환 사망률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의료비, 조기사망, 생산성 감소 등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를 만큼 막대한 규모이다.

술기운은 사람의 감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용기를 주고 흥을 돋우기도 하지만 과장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술 마시기 쉬운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선진국일수록 음주에 관한 규정이 엄격해 술을 구하고 마시는데 시간과 공간상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리는 어떠한가? 모임에는 으레 술이 등장하고, 언제 어느 곳이든 술을 마시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술에 취해 한 말과 행동은 이해되고, 용서될 수 있다. 설령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고 경찰관을 구타해도 술에 취한 상태라면 관대하게 처분된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술에 대한 사회적 경계 수위를 높이고, 선진사회로서의 바람직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으로부터 학교, 직장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입체적인 음주문화 개선의 노력과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흔히 우리는 어른 앞에서 배우는 술은 괜찮고, 제사 후에는 음복을 해야 한다며 어릴 적부터 음주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정작 조상들의 음주에 대한 경계에는 소홀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가정으로부터 효과적이고 엄격한 음주교육을 해야 한다.

이때 즈음이면 대학가에는 신입생 환영회, 축제에서 술로 인한 사고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에 최근 여러 대학에서 술 없는 학생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직장에 술 권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술자리도 직장생활의 연장이라는 회식문화, 술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근거없는 평가기준, 술자리를 통해 팀워크가 다져질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버려야한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 중 새벽까지 술 마시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시에 출근한다는 무용담을 종종 듣는다. 우리 사회는 이런 분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 무한한 정신력과 체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술자리를 조금 줄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직무 혹은 사회봉사 같은 일에 할애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본인은 건강을 얻고, 가정은 한층 화목해지며, 직장과 사회는 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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