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풀리면서 시설입소자 거리로 '우르르'

17일 오후 2시경 대전시 중구 선화동 골목길.

이곳에서 광케이블 연결작업을 하던 박모(34)씨는 술취한 노숙자의 욕설과 난동으로 한참 동안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결국 경찰이 도착해 노숙자를 제지한 후에야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날씨가 풀리면서 대전역과 이곳을 중심으로 한 인근 거리에 노숙자들이 증가, 역주변 시민과 상인들의 고초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노숙자 쉼터 등 시설 입소자들이 봄을 맞아 거리로 나오고 있어 늘어나는 노숙자만큼 범죄의 유혹도 넘쳐 나고 있다.

대전역 인근에 위치한 A치과는 최근 구걸하는 노숙자가 늘어나 불편이 많다.

원장 J씨는 "차비를 달라거나 이가 불편해 찾아오는 노숙자가 최근 들어 늘어난 게 사실이다"며 "간단한 치료를 해 주거나 돈을 줘서 돌려보내고 있지만 습관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궁박한 상황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사기꾼들의 유혹에 빠져 푼돈에 명의를 빌려 주기도 해 위조여권 발급이나 금융 대출사기, 위장 결혼 알선 등에 연루돼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붙잡힌 전문 여권위조단도 노숙자에게 푼돈을 주고 인적사항 등을 건네받아 위조여권을 발급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위장 결혼 알선조직과 손잡고 허위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준 노숙자가 입건되기도 했다.

현재 대전에는 90여명이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으며 쉼터와 자강원 등 시설 입소자는 230여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시설 입소자들도 길거리로 나와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의 행패 등도 문제지만 범죄자들이 이들의 명의를 도용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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