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3개 국립대의 연합체제 구축 논의는 이제 대학위기가 국립대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하나된 대학'에 이르기까는 숱한 걸림돌과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여건과 환경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사립대의 자발적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하여 국립대가 솔선 참여한다는 취지에서 보듯 종국의 초점은 '사립대 줄이기'에 모아진다.

그간 각 대학들은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비교적 수월하게 외형 성장과 학생 확보에 성공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신입생 정원의 1/4 정도밖에 충원 못한 대학이 있고 대전·충남권도 많게는 500여명의 미충원을 기록할 정도로 이제는 신입생의 수학능력 여부는 차치하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자구책은 필연적이다. 물론 대학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개혁의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쟁을 벌여 볼 제대로 된 여건 마련이나 지원 없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조급한 교육행정이 우선 문제다. 특히 4월부터 시행되는 지역 혁신 사업의 일환인 누리(NURI) 사업에서도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스스로의 품위를 저버리는 대학간 과당 홍보 경쟁, 제살 깎기 예산집행, 그리고 특성화되지 못한 채 모두 '명문대'를 지향하는 무리한 행보도 여기에 더해진다.

국립대는 '국립'이라는 프리미엄을 활용하면서 안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립대의 경우 고등교육의 70% 이상을 담당하면서도 국립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과 갖가지 제약을 받아 왔다.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을 놓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규제와 이른바 길들이기가 계속돼 왔다.

역시 칼자루를 쥔 당국의 의지, 즉 개별대학의 고유한 독자성과 자구노력에는 별반 관심 없이 기업 인수합병 식의 통폐합을 지향하는 한건주의 행정마인드는 설득력이 없다. 어느 정도 판을 벌여 주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 뒤 적자생존을 도모하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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