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남지 않은 4·15 총선이 탄핵 정국에 떠밀려 그 의미가 왜곡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이번 선거를 '친노(親盧)-반노(反盧)'냐, '민주-반민주'냐의 대결 구도로 압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대표성과 정당 지지도를 반영한 국민 대표를 선출해야 할 총선의 본래 성격보다는 중앙당의 정치 공세를 앞세운 극단적인 세(勢) 대결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감정의 잣대를 유권자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통령 탄핵 반대자를 친노파로 몰아세우려는 야권이나, 대통령 탄핵 반대자만을 민주파로 구분짓는 여권의 방식이 과연 민주주의 논리에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인식은 여야 모두 탄핵 정국을 총선과 연계시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는 선거 전략임에 틀림없다.

그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도 잘한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여야 모두에 호의적이지 않다. 여권 입장에서 보면 최근 정당 지지도 상승세를 연결시켜 친노 고정표에다 범민주 세력까지 규합하려는 전략인 셈이고, 야당은 반노 정서의 확산을 통해 탄핵 반대자를 격리하려는 속셈으로 읽혀진다. 30%선에 이르는 부동층을 여야가 서로 끌어들이려는 고육지책일 뿐이다. 노 대통령의 진퇴만을 의식한 선거전략 그 자체가 비극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이번 총선 의미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인적·시스템 청산을 통한 정치개혁 의지를 이번 총선에선 기필코 관철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자질론이 결코 외면될 수는 없다. 벌써 총선사범이 16대 당시보다 2배나 많은 737명에 이를 만큼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총선의 본래 의미가 결코 뒷전에 밀려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깨어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