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호남고속철도 현장훼손
충청 靈山 날개꺾고 죄짓는 마음
금강 하구 헐어 '죽은 江' 살려야

세종시 인근 중광사 주지스님이 이곳을 통과하는 호남고속철도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한 달 가까이 현장에서 단식투쟁을 하다 지난 2일 마침내 기진하여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외로운 스님의 투쟁은 사찰이 인근 터널공사로 균열되고 식수원이 고갈되는가 하면 소음 등으로 정상적인 법회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철도시설공단이나 시공사측에서는 사찰측의 주장을 과장됐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비가 되고 있는 이곳은 계룡산 자락이 멈출듯 잔잔히 흐르는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와 연기군 금남면 황룡리 사이에 위치해 있고 2013년 5월 준공예정이다. 호남고속철도 공사가 점점 진행되면서 계룡산 북서쪽의 현장이 벌겋게 들어나기 시작한 공주시 마티고개와 갑사방면을 지나칠 때 마다 나 역시 중광사 주지스님처럼 울분을 느끼게 된다.

충북 오송이냐, 충남 천안이냐 뜨거운 논쟁속에 호남고속철도 노선을 결정할 때 계룡산이 훼손된다며 환경단체를 비롯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계룡산을 비껴간다'는 선에서 물러서고 말았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며 노선이 현실화되자 비록 계룡산 몸통은 꿰뚫지 않았지만 계룡산의 손과 발은 상처를 입는 것이 들어나고 있다. 산은 몸통만이 아니라 늘어뜨린 산자락이 조화를 이루어 명산을 만든다. 그런데 이미 몇해전 국도 1호선 공사로 계룡산 동남쪽에 4㎞에 달하는 터널이 뚫렸는데 이번에 또 다시 우리 충청인의 상징 그 계룡산에 큰 죄를 짓게 된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정해졌을 때 이주향(李柱香·수원대)교수는 한 언론을 통해 “계룡산의 양 날개가 다 부러지는 형국”이라며 계룡산 산신(山神)을 노하게 말라고 경고했다. 내가 생각해도 중광사 사찰의 벽을 울리듯 2년 후 이곳에 고속철도가 달리면 그 진동에 민족의 명산, 충청의 명산(靈山) 계룡산이 울것만 같다.

우리는 또 금강에도 죄를 지었다.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를 잇는 금강하굿둑을 만들어 자연의 순리를 막은 것이다. 인위적인 금강하굿둑으로 20년 세월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막히면서 '죽음의 호수'로 변질돼 수질을 4등급 이하로 떨어뜨렸고 하굿둑 밖에는 연간 80만톤이나 되는 토사가 쌓여 준설하지 않으면 장항과 군산이 항구 기능을 못할 정도다.

그 준설비용에 연간 200억원의 국민세금을 쏟아 붓는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은 생태계 파괴로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어류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그 유명한 황복이 사라지고 민물장어가 자취를 감춘 것 등이 그 예다. 지역경제적으로도 江景·논산이 살려면 금강하굿둑을 헐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물론 용수확보 등 하굿둑 철거를 반대하는 전라북도 측 주장에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하굿둑 일부라도 헐어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금강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금강은 아무리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부어도 '죽음의 강'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그것은 재앙이 되어 전북지역도 피해자가 될 것이다. 또 시대적으로도 간척용 둑을 허물고 갯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수문제를 해결하는게 친환경적 선택의 추세다.

정말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한번 잘못 결정되면 길이 후손에 이어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 땅에 살아온 충청인으로써 인간의 속된 탐욕에 계룡산이 노(怒)하고 금강이 화내지 않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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