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고비
봄은 많은 새들의 번식기이다. 번식기가 겹치다보니 새들의 둥지 쟁탈전도 가끔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들은 스스로 둥지를 만들 능력이 있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둥지를 만들 능력이 없어 남의 둥지를 빌려 쓰는 새가 있다. 동고비는 이 두 종류의 중간쯤 되는 새라고 말할 수 있다. 동고비의 둥지는 주로 딱따구리의 낡은 둥지를 빌려 쓴다.

그러나 단순하게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게 진흙으로 입구를 막아 수리해서 쓰는 것이다. 예로부터 낡은 집을 고쳐 짓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동고비의 미장솜씨는 수준급이다. 진흙을 날라다가 깔끔하면서도 자신의 몸에 꼭 맞게 고쳐 짓는 솜씨가 타고난 미장쟁이다. 동고비는 이렇게 입구를 줄여서 천적으로부터 둥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정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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