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종 아산시청 문화예술과장

이순신에 대한 우리의 존경심은 어느 정도일까 ?

얼마전에 아산시 상징물 캐릭터를 새로 만들기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단연 이순신 캐릭터가 우세였다. 아산 시민들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여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상 시대가 부여한 소명에 부응한 많은 인물들 중 조선 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는 기성질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가 꿈꾼 세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점에서 이순신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500년이나 장수한 조선을 개국한 인물임에도 이성계를 시대적 소명에 충실했고 소임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이것은 이타(利他)의 정신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순신의 숭고함을 더 높이사는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영예로운 삶을 소망한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애국심, 그리고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도 기쁨과 평안을 주는 삶의 자세로서의 영예로운 삶 말이다. 이순신의 삶은 바로 그 영예로움을 극명히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영예로움의 모태를 이루는 실천가로서 이순신의 모습을 볼때 머리를 숙인다. 한번의 전투의 승패가 조선의 운명과 결부된다는 생각에 병기고를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하였으며, 부하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리더십으로 소수정예의 부하들을 한몸과 같이 움직이게 하였다.

또한 언제나 생사존망이 갈리는 전투현장에서 문학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난중일기’를 썼다. 난중일기는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과 영예롭고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며,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이순신을 대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단순한 말이 고귀한 진리의 음성으로 들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선택의 문제가 가볍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선택 받은 삶보다는 우리가 선택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와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선택의 두려움은 그 선택이 자신에게 옳은 결정인지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고 쓰고 있다. 이순신이 선택한 것은 죽음을 각오한 싸움이었다.

이순신의 전쟁은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불의한 세상과의 싸움이었으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었기에 치열했고, 또한 소신있는 삶과 인간다운 삶을 보여주고자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처절했다.

기성질서의 한계와 외부의 적, 내면의 자신과의 싸움이 모든 것에 몸 바쳐 이룬 승리는 삶을 이겨내고 죽음을 살려낸 '진정한 승리'이며, 오늘날 승리를 꿈꾸는 우리가 진정 응시해야 할 것은 숭고한 정신과 실천가로서 선구자적인 삶을 살아낸 이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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