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집중이수제 도입, 1학년때 편중 … 학생 건강 적신호

수업의 집중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대전·충남지역 각 학교에 도입된 집중이수제 탓에 고등학교 체육 시간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당수의 지역 학교들이 과거와 달리 3년간의 체육수업을 1학년 때 몰아서 편성하는 등 체육수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대전시·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집중이수제는 ‘2009 개정교육 과정’에 따라 과목별 수업시기를 자율적으로 편성해 한 학기에 8과목 이내에서 수업할 수 있으며, 수학·국어·음악·체육 등 각 과목을 특정학기 및 학년에 집중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문제는 특정 기간에 편중된 수업 편성으로 자칫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천안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 김 모(33) 씨는 “앞으로 체육수업이 1학년에만 편성, 과거 2, 3학년 때 편성됐던 수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특정시기로 체육수업이 편중된다면 성장기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각 학교마다 2시간으로 배정됐던 체육수업을 1시간으로 쪼개는 블록타임제까지 시행하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심각한 제한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 체육교사들은 집중이수제 도입으로 체력검사 및 체육대회 개최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중 및 한정된 시간으로 학교 체육대회 및 체력검사가 자연스레 축소 및 취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는 체육수업을 형식적으로 편성해 놓고, 실제 자율학습이나 영어·수학 보충수업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더하고 있다.

구 모(고3) 군은 "고1이 지나면서 체육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학생들은 체육 시간을 당연히 자율학습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어린 학생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입시를 위해 체육시간을 줄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일선 체육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이 체육수업 정상화를 위해 교과편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도적인 문제는 물론 체육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학생 및 학부모들도 있다”며 “학생건강 관리를 위해 학교 및 교육청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생 및 학부모들의 건의가 있다면 체육수업을 늘리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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