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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가 50%를 훨씬 넘은지 오래 되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 마포, 회현동, 연희동, 여의도 등지에 시범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공학적으로 볼 때 아파트는 시멘트가 굳는데 50년, 와해되는데 50년 모두 100년은 견딜 수 있다지만 이른바 재건축 아파트라는 개념이 등장한지 이미 상당한 세월이 지났으니 시공의 부실함 때문인지, 새것만을 찾는 조급함 탓인지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상당하다. 아파트 이웃 간의 단절, 소음을 비롯한 층간 갈등 증폭, 생태 환경적인 차원에서 삶에 가져오는 취약성 등은 이미 도시문제, 사회문제화 되었다. 원천적으로 좁은 땅위에 겹겹이 층을 쌓아올려 포개어 살고 있는 형태고 보니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요원해 보인다.

아파트 생활에서 교류와 소통부재가 무엇보다도 심각하다. 그런 무관심과 소외가 아파트 생활의 매력이며 장점이라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세상사는 재미와 보람이라는 측면에서 마냥 달갑지만은 않겠다. 맞벌이 부부와 공부에 쫓기는 아이들, 쉬는 날에는 소중한 휴식을 방해받지 않으려 이웃접촉을 피하는 현실 속에 공동주택 생활의 뾰족한 묘수, 유용한 대안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프랑스 대도시 주민들의 아파트 장벽 허물기 노력은 눈여겨볼만하다. '아파트는 축제중'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는 1999년부터 매년 5월 '이웃 축제'를 조직하여 "한 잔하러 오세요. 옆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벤트를 벌인다. 자기 집이나 아파트 정원, 거리 등에서 이웃끼리의 교류가 핵심이다. 서로 낯을 익히고 이야기하며 그동안 쌓여있던 개인주의, 무관심,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버리려는 노력의 일환인데 파리에서 시작되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중이다. 2003년에는 벨기에,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도 이 행사를 도입했다. 이밖에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형성된 단체도 여럿이다. 이 조직에서는 주민대상 문화, 스포츠 행사를 벌이고 동네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도록 주선한다. 테이블과 의자를 광장이나 보도에 내려놓고 각자 음식과 술을 가져와서 이웃들과 함께 먹고 마신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겠지만 횟수를 거듭하면서 거대한 대도시 속에 작은 마을, 오붓한 동네가 생겨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외면한 채 층수표시만 멀거니 바라보는 우리 현실에서 아파트 정원에 식탁을 내놓고 이웃과 나누는 식사, 허물없는 담소는 너무 이상적인 탁상공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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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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