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재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녘에서 매화꽃, 산수유꽃 소식이 전해오는 3월에 때 아닌 폭설은 우리 모두를 경악케 만들었다. 우리 도의 피해만도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호우피해는 비가 그치면 곧바로 파악이 되는 데 반해 폭설피해는 피해 규모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늘어날 뿐 아니라 피해 지역이 산간 오지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피해 파악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번 폭설의 놀라움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고속도로가 완전 두절되도록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고 또 하나는 피해가 농축산 분야에 집중돼 전체 피해의 90% 이상이 농촌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조류독감 발생과 FTA 협상으로 시름에 젖어 있는 우리의 농촌을 마치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내려는 듯 무참하게 휩쓴 것이다.

피해 현장은 더욱 암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들어 버린 토마토를 어루만지고 있는 촌부의 투박한 손길,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면서 내뱉는 탄식, 우리의 고향인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폭설이 있은 후 하루 이틀 지나면서 탄식과 비통의 재해 현장에는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님을, 꿈과 희망이 그 깊게 쌓인 눈 속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발견하고 새로운 힘이 솟아남을 느끼고 있다.

정부에서는 심대평 충남지사가 건의한 특별재해지구 지정 건의에 대해 법을 고쳐서라도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가 하면, 재해의 현장에서도 눈물겨운 온정의 손길이 곳곳에서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한두 송이의 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꽃들이 눈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막힌 고속도로에서 고립된 운전자를 위하여 우유와 빵을 안고 새벽녘에 고속도로로 달려간 봉사단체 회원의 활동은 눈 속에서 피어난 첫번째 꽃이었다.

눈 속에 핀 두번째 꽃은 우리의 자랑스런 군 장병과 전·의경이었다.

삽을 들고 피해농가에 먼저 도착한 것은 항상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군 장병이었다.

훈련으로 고단한 장병과 전·의경들은 물론 갓 입대한 신병까지 대규모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그 젊은 정성은 피해농가에는 천군만마와 같은 응원단이었다.

언론을 사회의 목탁이라고 했던가?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여 올바로 가도록 채찍하는 그 언론도 재해현장에서는 하나의 꽃이었다. 이번 폭설 피해에서의 언론의 목표는 '특별재해지역' 지정인 양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로 합창하고 있다.

각 정당 대표들이 현장에 올 때마다 어김없이 '특별재해지역' 지정을 집요하게 요구하는가 하면, 현장 점검을 온 장관의 앞길을 가로막고 확답을 요구하는 풍경은 이제 차라리 익숙한 풍경이다.

눈 속에서 피고 있는 이 숱한 애정 어린 꽃들이 우리 농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있다

IMF의 어려움을 금 모으기라는 이벤트를 통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고, 가금인플루엔자로 전국의 축산 농가가 벼랑에 몰려 있을 때 '치킨데이'에 너나없이 참여했던 바로 우리인데 폭설로 고통받는 우리 농촌을 그대로 내버려 두겠는가?

이제는 모두 나설 때이다.드문드문 피는 몇 송이의 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해 농촌을 뒤덮고 있는 두꺼운 눈을 걷어내며 수만 송이 자원봉사의 꽃으로 수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농부의 탄식이 미소로 바뀌도록 또 우리의 고향이 계속 그 자리에 아름답게 남아 있게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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