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反韓감정' 으로 번질 뻔지금까지의 多文化정책, 재검토를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에 갇혀 (한국)사회내면의 야만성을 가슴아프게 고백해야 한다... 타국 여성들을 물건수입하듯.. 하며.."

불과 3년전 대전고등법원 형사1부 김상준 부장판사는 19살의 베트남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장 모 피고인에게 징역12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와 같이 판결문을 낭독했다.

이 불행한 사건은 우리나라와 베트남 사이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었고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국인과의 결혼을 금하자는 소리가 높았고 그 분노의 여론은 봇물을 이루었었다. 우리 법원의 판결문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사회의 야만성'이 그대로 부각된 것이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여진은 아직도 베트남에 남아있었다. 필자가 지난 주 베트남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때의 충격을 이야기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의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있지만 그것을 묻어두고 양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데 그들의 19살 앳된 딸을 때려 숨지게한 사건은 배신처럼 받아들였다.

정말 그들의 한국인에대한 호의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한 엉덩이의 몽고반점을 갖고 있는 공통점답게 가장 뜨거웠다. 우리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에게도 주어지지 않는 입국 비자를 한국은'무비자'특혜를 주었다. 호치민(사이공)시에서 가장 높고 멋진 건물도 한국의 포스코에서 짖게 했고 한국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는 곳도 이곳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에 시집온 여자가 다문화결혼이주여성 중 제일 많은 4만명이나 되고 있음도 그들의'한국사랑'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2천명이 넘는 여성이 한국에서의 결혼 실패로 되돌아 왔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 5%의 실패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반한(反韓)'세력을 만드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이제 심각하게 다문화가정, 특히 결혼이주여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무엇이 이토록 다문화가정의 꿈을 파괴하고 있는가?

첫째는 결혼정보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폐단이다. 수수료가 경쟁적으로 덤핑에 들어가면서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현지 여성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사귀어 볼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고 후안마이처럼 당일치기로 만나고 결혼을 해버리는 것이다.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둘째는 상대방 문화를 인정하는 노력의 결핍이다. 한국여자로 단숨에 만들어 버리려하고 그것이 흡족하지 않으면 집안에서부터 왕따를 시켜 아내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의 자리를 짓밟는 것이다. 정말 그들이 살아 온 문화 - 음식, 예절, 생활 등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살과 피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아집과 편견이 가정파탄의 화를 불러오고 만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는 많은 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외출을 하는 것을 다반사로 여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서는 꼼짝도 못하게 집에 가두다시피하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또는 병원에 가기위해 외출하는 것 까지도 의처증 증세를 보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제일 중요한 문제는 언어의 장벽이다. 이제 정부와 다문화가정문제를 다룰 NGO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범정부적 뒷받침도 했지만 자칫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는'반한세력'만 키우거나 가정파탄의 사회적 문제만 양산할지 모른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정말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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