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대석]박준병 대전테크노파크원장 내정자

“대전 테크노파크(TP)의 존립목적은 대전을 돈이 잘 도는 도시로 만드는 것 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전TP의 사업들을 비즈니스 지향적으로 바꿔 기업이 찾아오고, 기업을 위해 평가하는 비즈니스 중심적인 모델로 만들고 싶습니다.”

오는 7일 대전테크노파크 제2대 원장에 취임하는 박준병(53) 한밭대 교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대전 전략산업의 밑그림을 그렸고, 벤처창업과 대덕R&D특구의 산 증인이자 대학 교수로서의 경험, 기업인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의 일대 변혁을 예고했다. 박 내정자는 창립 3주년을 맞는 올해를 '글로벌 산업육성 거점기관의 리더'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지역혁신의 거점화 △맞춤형 종합지원서비스 △전통산업과 첨단기술의 연계 △혁신경영강화 등 4대 발전전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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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지원 및 육성을 위한 핵심조직으로 거듭나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박준병 내정자.

- 대전테크노파크 원장 공모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원래 경영학 생산관리가 전공이다. 기업에서의 근무나 창업에 대한 경험없이 학생들에게 생산관리라는 학문을 가르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펜실바니아대 와튼스쿨 벤처창업연구소 및 산호세주립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며, 미국의 하이테크·비즈니스 창업에 대해 알게 됐다. 그 후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산하 대전전략산업기획단 단장과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벤처정책연구소장, 한밭대 산학협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대덕R&D특구의 태동과 지역 전략산업의 밑그림을 그린 주역으로 현 대전TP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지역을 위해 인적 네트워크와 지식을 활용해 내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지원하게 됐다."

- 미국과 한국의 창업 및 관련 교육프로그램의 차이는.

“지난 1999년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기업의 영역을 보여주고, 당시 한국에서도 붐이 일었던 하이테크·R&D 창업 등을 직접 부딪치며 배우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다.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MBA프로그램을 보유한 펜실바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연락이 왔고, 교환교수로 가게 됐다. 당시 와튼MBA에서 직접 수업을 듣고, 미국 내 기업지원 관련 정부부처의 역할과 벤처창업 등의 자료를 수집, 책을 발간하고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한국과 미국의 창업과 기업지원 프로세서의 가장 큰 차이는 행정이 개인·기업의 창의성을 막는다는 점이다. 미국 와튼MBA 소속 학생들이 제출하거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사업계획서는 말 그대로 소설 수준이다. 어떤 양식이나 형식의 틀을 넘어 개인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중소기업청 양식에 의존하는 페이퍼 창업에 머물고 있다. 또 비즈니스 창업에 대한 면밀한 고민없이 창업했던 벤처기업들이 거의 시장에서 사라졌고,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학생 모두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역 전략산업의 기반을 만들고, 대덕R&D특구 태동의 산파역을 자처했다. 그 배경은.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의 많은 기업인들과 정부가 근본적인 비즈니스 창업에 대해 고민없이 창업하거나 지원을 강행했고, 결국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한국경제가 흔들렸다. 그 와중에 대전지역 벤처기업인들을 많이 만났고, 창업 및 기업육성에 대한 강의를 부탁받았고, 지난 2004년 대전전략산업기획단 초대 단장으로 3년간 재임했다. 또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산업정책을 기획·조정하는 기능을 지닌 조직이 없었고,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 산업자원부가 기업의 지원·평가를 위해 전략산업기획단을 만들었다. 대전시도 지역기업의 지원을 위해 첨단산업진흥재단을 창립했고, 대전시첨단산업진흥재단 산하 부설로 전략산업기획단이 흡수됐다. 정부는 이후 전국 각 지자체에 국비와 지방비를 보태 테크노파크를 만들었고, 기존의 전략산업기획단을 테크노파크로 통합했고, 대전시도 첨단산업진흥재단을 TP로 변경, 대전테크노파크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대덕연구개발특구도 지난 2003년에 지역인사들과 함께 대덕밸리동북아R&D허브구축단을 만들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수십 명의 교수와 과학자, 기업인들이 모여 무보수로 지역을 위해 신나게 일한 결과, 참여정부 시절 대덕R&D특구가 태동했고, 그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 최근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분산 배치가 거론되고 있다.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든 사안은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한국 과학의 중심은 대덕R&D특구다. 이미 많은 성과도 냈고, 벤처창업이 시작된 곳도 바로 대덕이다. 정부가 지난 30년 간 R&D의 상용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초과학의 경쟁력이 약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의 같은 선상에서 이를 집중시켜 동력을 붙여야 기초과학의 새로운 미래를 달 수 있다.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소를 대덕R&D특구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거리에 놓고, 공동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과학벨트의 분산배치론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기초과학연구원의 사업내용을 보면 3000여 명이 근무하는 조직이다. 이는 대덕R&D특구 내 상주하는 박사급 연구원(6000~7000명)의 반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박사급 인력이 하루아침에 배출되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면 결국 기초과학연구원 인력의 절반인 1500여 명이 대덕특구 내 출연연의 구조 조정을 통해 재편되는 형태로 꾸려질 전망이다. 문제는 출연연의 인력을 감축시켜 타 지역으로 분산 배치할 경우 현재의 국가 R&D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점이다. 대구나 광주 등에 특구를 확대 지정한 것도 큰 문제다. R&D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을 사업화하자는 것이 특구의 개념이다. 연구기능이 없는 곳에 특구를 추가 지정한 것인지 의문스럽고, 국가 차원의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현재 대전지역은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기업지원 시스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 대안은.

“우선 전통기업과 벤처기업의 이원적 구조에 대한 전략적 인식이 부족하다. 대전·대덕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집적된 전통기업들은 기술취약으로 제품부가가치가 낮아 기업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첨단기술의 이전 및 접목을 통해 제품의 고기능성·고부가가치화가 매우 시급한 과제다. 벤처기업들도 지난 2000년을 전후해 10년 간 지속적인 성장했지만 아직도 평균 매출은 26억 원, 고용은 1사·13.4명 등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성장단계별 차별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대덕R&D특구 내 기관 간 업무·지원 중복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덕특구지원본부가 NIS 관점에서 기업지원을 접근하고 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전TP의 RIS와도 많은 사업에서 중복돼 향후 사업의 역할 분담 및 공동기획 등을 통한 업무 연계가 절실하다. 또 정부출연연구소와 지역대학, 산업체간 연계 방안이 취약해 지역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기관을 지정·육성해야 한다. 결국 정부와 대전시, TP, 특구본부 등 기관들이 서로 등돌리며, 협력을 외면하는 사이 각종 지원 사업은 중복됐고,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맨파워를 바탕으로 기관간 협력과 공동사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

- 대전TP의 비전 및 운영 방향은.

“대전TP의 존립목적은 돈이 잘 도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츠쿠바, 대만의 신죽과학산업단지,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샌디에고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대덕R&D특구가 출범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산업환경·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DB)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TP 원장으로 취임하면 가장 먼저 모든 사업들을 비즈니스 지향적으로 바꾸겠다. TP의 고객은 기업이며,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조직이 바로 TP다. 모든 아이디어는 기업에서 나와야 하며, 기업이 찾아오도록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기업중심의 기획을 통해 기업을 위해 평가하는 비즈니스 중심적인 모델로 가야 한다. 특히 TP는 효율성이 필요한 조직이 아닌 효과성이 필요한 조직이다. 효과성은 혁신과 변화에서 오며, 기업·경제적 환경 변화에 맞춰 수시로 변화하는 조직으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 모든 조직원들이 변화해야 한다. 또 대전TP는 지역혁신의 거점으로 TP를 중심으로 기업이 모이고, 대학·연구소가 연결되는 시너지효과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재임하면서 TP가 기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대담=나인문 사회부장

정리=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사진=정재훈 사진영상부장 j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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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병 내정자 프로필>

◆학력 :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경영학사),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경영학석사),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경영학박사)

◆경력 : 국립 한밭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전공 교수(1993~현재), 펜실바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벤처창업연구소 객원교수(1999~2001), 산호세주립대학교 객원교수(2007~2008), 산업자원부 산하 대전전략산업기획단 단장(2004~2006),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벤처정책연구소장(2007), 한밭대학교 산학협력단장(2010~현재)

◆주요 활동 : 대전시 시정협력자문위원(2010), 대전시발전협의회 위원(2009~현재), 대덕특구 중국연구회 운영위원(2009), 한국벤처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2008),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정책연구소 소장(2007), 대덕특구 기술사업화협의회 운영위원(2006), 지역산업진흥전문가포럼 운영위원(2006~2007), 현대제철 스틸포럼위원(2005~2006), 스타기업육성사업 추진위원(2005), 과학기술부 국가기술혁신특별위원회(2004~현재), 대덕밸리동북아R&D허브구축단 정책개발위원장(2003),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2003)

◆수상 및 주요 저서 : 대전시장 표창 '대덕밸리 발전 공로'(2003. 12), 대전시·대덕밸리벤처연합회 대덕밸리 송년의 밤 '빛나는 조연상'(2003. 12), 이노비즈마케팅(역서·2003), 중소·벤처기업의 성공사업계획서(2001), 품질경영(1999)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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