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까지 번진 韓流, 우리만 있는 秋夕
중국보다 발전한 性理學과 秋史體
平和주의 주창 3·1독립선언 자랑스럽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점령했다가 우리의 완강한 저항으로 퇴각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병인양요'(丙寅洋擾)다. 침공에 실패한 프랑스군은 강화도에서 우리의 외규장각 서적과 무기들을 약탈해 갔는데 그 가운데 조선왕실의궤 296책도 포함돼 있으며 오랜 외교적 접촉 끝에 마침내 금년에 5년 단위로 갱신하는 '일괄대여' 방식으로 반환하게 된다.

그런데 강화도 침공당시 종군했던 프랑스 화가가 "조선의 백성들은 가난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쓰러져 가는 집이라도 그 안을 뒤지면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며 조선의 높은 문화수준에 감탄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반환될 외규장각도서만 해도 프랑스인들, 특히 지식인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고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들이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한국반환을 반대하는 것만 봐도 그 소중함을 알수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듯 강화도에 침략한 프랑스군마저 놀랄 만큼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높은 문화의식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중국에서 많이 건너온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다시 우리 것으로 재창조하여 독창적인 문화를 이룩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

예를 들어 중국의 주자가례를 따르면서도 중국의 풍속을 우리 것으로 변용하였는 바 중국에는 없고 우리만 있는 '추석' 명절이 대표적이다. 성리학(性理學)을 받아들임에도 오히려 이것을 발전시켜 퇴계와 율곡으로 대표되는'조선성리학'을 정립시키고 '예학'(禮學)을 발전시켜 계속되는 외침속에서도 우리 사회 공동체가 혼란에 빠지거나 붕괴되는 것을 막았다.

김정희의'추사체'(秋史體)만 해도 중국의 서예·금석학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옹방강(翁方綱)등에게서 서예의 원류에 대한 연구에 도움을 받고 배우기도 했으나 독자적인 '추사체'를 완성했던 것이다.

이것은 청나라의 서예가들 조차 염원했던 이상적인 서체로 지금껏 중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에서도 중국을 모방하지 않고 조선의 특색을 살리는 화법이 일어났으니 흔히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또는 동국진경(東國眞景)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 한류(韓流)바람이 일본, 중국, 동남아를 넘어 미국, 프랑스 까지 상륙하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가령 대중가요는 일본을 통해서 또는 6·25후 미8군 밤무대 등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지만 K-Pop(한국 대중음악)으로 재탄생, 세계무대를 달구고 있는 것이다.

보아(BOA)에 이어 '동방신기', '빅뱅' 등 아이돌 스타들이 그 대표적인 예. 특히 '동방신기'가 최근 발매한 새 앨범 '왜-(Keep your head down) 스페셜판은 각종 음원사이트 일간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유튜브 차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말 대단한 현상이다.

이것은 한국의 국제적 경제적 위상과도 비례한다. 그 문화민족으로서의 이미지와 함께….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운 것은 그런 문화민족으로서의 DNA와 함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3·1 운동에 선포된 '독립선언서'는 비폭력 저항운동이었고 동양평화를 위해 스승이 제자를 나무래듯 일본을 정신적으로 준엄하게 깨우쳐 주고 있다. 또 일본의 침략원흥 이등방문을 암살한 안중근의사는 일본 판사앞에서 '내가 그렇게 한 것은 동양평화를 위해서였다'고 진술하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차원 높은 '평화의 사도'이며 문화민족으로서의 위대한 발현이다.

나는 그래서 많은 비극과 굴곡을 겪었음에도 우리 역사를 사랑하고 우리 문화를 더없이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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