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AIST가 있다는 것은 정말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KAIST를 이끄는 서남표 총장이 있다는 것도 우리의 자랑이다.

서 총장은 올해 75세의 고령임에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취임 이래 교수들의 정년보장제, 전학생 학비면제 등등 개혁의 칼날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고 내외의 반발을 무릅쓰고 소신껏 밀어 붙였다. 그래서 이번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으나 정부는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의 연임으로 서 총장이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전기자동차 프로젝트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세계적 권위지 '타임'은 2010 세계발명품 50에, 서 총장의 전기자동차를 올렸고 지난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한국과학자로는 서 총장이 처음으로 전기자동차를 주제로 한 '차세대교통수단'을 가지고 강연을 할 정도가 됐다.

그의 꿈은 전기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KAIST에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려면 방사광 가속기는 당연히 이곳에 설치돼야 하는데 우리와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상북도로 가버렸다. 더욱이 그것이 설치돼 있는 포항공대는 학생수가 KAIST의 반 정도에 불과하고 그것을 수요로 하는 분야도 KAIST와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돼있다. 포항에는 이미 3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지난번 국회에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추가설치비로 200억 원이 또 책정됐다.

이것을 보고 충청권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이미 저쪽에 과학비즈니스벨트에 필요한 것을 미리 건네주고 입지심사 때 '이래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상북도가 맞지 않느냐'는 답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장에 충청권인사를 영남인사로 교체임명 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더욱 갖게 된다.

그래서 KAIST총장이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충청권으로 와야 한다고.

최근 한 사적 모임에서 과학자와 모 대학총장 등이 참석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광속기가 어디에 제일 필요하고 충청권이 왜 과학비즈니스벨트 적지인지를 가장 잘 아는 과학자가 KAIST 총장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 총장이 갖고 있는 한국 과학계의 위상으로 볼 때도 그의 한마디가 정치권의 어느 누구 목소리보다 힘이 실릴 것이라고도 했다.

KAIST 총장의 발언은 순수한 과학적 열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KAIST는 지난 주 세종시에 대학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체결했다. KAIST는 생명과학대학연구시설, 과학기술전략정책대학원, 외국인학교 등을 설립, 2015년부터 개교한다는 내용이다. 세종시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이곳에 와야 한다.

물론 이것을 주장하기엔 서 총장의 신분이 공인으로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개인적 생각을 발표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가 KAIST 총장이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지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간절하면 이렇게까지 말할 수밖에 없는 지도 헤아려 주길 바랄 뿐이다.

특히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KAIST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하루빨리 배출하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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