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

17대 총선이 목전에 있음에도 시민들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정치는 스포츠와 공통된 속성이 많아 계기만 있으면 지난 한일 월드컵 때처럼 쉽게 달아오를 것이 분명하다. 경기와 응원에서 모두 이기면서 온 국민이 승리자가 되었던 그때처럼, 정치개혁을 성취하는 또 다른 승리가 이번 총선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치나 스포츠의 결과는 공히 승리와 패배로 나뉘면서 전부(all) 아니면 전무(nothing)라는 극단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승리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언제나 전부이기 때문에 모두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all in)하게 되는 정치나 스포츠는 공통점을 갖는다. 승리 후엔 비정상적인 과정조차 묻혀 버리게 되는 속성 또한 다를 바가 없다. 남이 반칙이나 부정을 했기에 나도 했다는 식의 과정에 대한 자기 합리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밖에 정치와 스포츠의 공통된 속성은 적지 않다. 모두가 행운에 의한 승리임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본인만은 자신의 능력에 의한 승리로 알고 승리 후 주변에 대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정작 자신 없었던 스스로를 잊고 승리나 당선 후 자신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상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를 하곤 하는 점도 비슷하다.

힘과 패기를 믿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경우나, 경륜만으로 패할 경우를 대비하지 못하는 스포츠에서의 예가 정치에서도 흔하다. 영원한 승자란 없다는 것을 인정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날 때를 흔히 놓치는 점도 정치나 스포츠의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온전히 선거구민만을 위하고, 운동선수는 자신이 아니라 오로지 모교나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양 착각하고 있다. 진정 자신을 위함이 나와 남을 위할 수 있음을 모르는 위선과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같을 것이다.

정치와 스포츠가 많은 공통된 속성을 지녔지만, 스포츠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때는 정치인의 의도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갖게 된다. 한일 월드컵 때처럼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에 대한 사회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소련과 중국 그리고 구동독을 포함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엘리트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생활체육 역시 잘 발달되어 왔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스포츠를 장려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 때문에 88 서울올림픽 유치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치의도도 적지 않은 학자들에 의해 비난받기도 하였다. 결국 스포츠는 정치적 활용의도에 따라, 스포츠 자체의 성공적인 발달이란 결과는 같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스포츠가 정치가에 의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보약으로 쓰일 수도, 독재자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속성상 공통점도 적지 않은 정치와 스포츠, 이 두 분야가 만날 때도 행위 주체자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듯이, 진정한 정치 개혁 또한 정치인들의 올바른 의도를 알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 전에는 그 실현이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속내를 잘 알고 선택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