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현실' 창조… 몰입형 가상현실시스템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있는 최첨단 몰입청 가상현실 시스템 '시모어'(See More)로 일기도를 분석하는 모습.

무역회사에 다니는 나미래(24)양의 취미는 세계여행. 최근 한 달간 미래씨가 여행하고 온 곳은 20여국에 이른다. 그는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맥주 한잔 하자는 동료들의 성화도 뿌리친 채. '오늘은 아프리카나 가 볼까.'

미래씨는 여행사에서 구입한 '세계일주 가상여행'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특수 옷과 장갑, 헬멧을 착용하고 자동차 운전석과 흡사한 의자에 앉아 버튼을 누른다.


어느새 그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대평원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얼룩말, 그 너머로 우뚝 솟은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년설로 뒤덮인 킬리만자로에 올라 '야호'를 외친 미래씨는 내친걸음에 광활한 사하라사막을 횡단하고 빅토리아 호수에서 수영으로 흘린 땀을 씻어낸다. 그리고 희망봉에 올라 황홀한 케이프타운의 야경까지 구경하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법이 펼쳐 보일, '꿈'이 아닌 '현실'이다.

가상현실 = 마음대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 세계를 체험한다. 슈퍼맨처럼 넓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은 인간의 꿈이 마침내 컴퓨터 기술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특수 제작된 영상관과 스크린, 스피커, 컴퓨터 조작 시스템 등을 통해 실물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 기법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우리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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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크게 몰입형과 개방형 두 가지로 나뉜다. 몰입형은 사람 몸에 보디슈트 등 전용 특수장비를 부착,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며 가상현실에 집중토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개방형은 특수장비를 몸에 부착하지 않고 개방된 공간에서 사용 가능하며 3차원 그래픽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재현한 뒤 입체 안경을 쓰고 보는 형태다.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이용자의 움직임이 반영되는 상호 작용, 그리고 실제상황과 동일한 가상세계의 편집능력이 그것이다.

따라서 가상현실은 컴퓨터 운용기술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복잡하고도 고도의 초복합기술을 요구한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기술과 심리학 생체공학 인지과학 등 인간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과 물체에 대한 정보도 철저하게 갖춰야 완벽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관건은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인간과 가상의 세계를 일체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활용방안 = 가상현실은 가상항공 조종훈련, 핵발전소 통제, 건물 안전진단 등 군사 및 산업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주, 해저탐사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문화, 예술, 관광, 의료, 오락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오락 분야에서는 시청자 참여형, 몰입형 디지털 방송 서비스 및 체험형 3차원 게임기에 적용할 수 있다. 군사훈련에 있어서는 가상 전장에서 다양한 시뮬레이터 연계 훈련을 함으로써 경비를 줄이고 교육 효과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가상대학에서 다양한 실험을 가상기법을 통해 실시할 수 있어 다양하고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

가상현실 기술은 문화재와 유물(遺物)의 복원에도 유용하다.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는 사람들이 유물을 만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유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 설계 및 생산 분야에선 가상 시제품 제작을 통해 가상조립과 생산공정 자동화, 유지보수 실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특히 의료 분야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체 내부를 실물과 같이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특수 비디오 모니터와 특수 안경,그리고 극소형 카메라가 개발되어 외과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엔 몇몇 병원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 고소·폐쇄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환자는 이곳에서 헬멧 모양의 특수 안경을 쓴 뒤 가상공간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훈련을 받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는 밑으로 자동차가 지나는 모습이 보이고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국내외 개발 현황 =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 대기업과 방송국 등에서 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컴퓨터와 각종 장치들로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연구가 구체적인 성과를 낳고 있다.

가상현실의 핵심 기술은 인간 동작 감지 기술, 감각정보 분석 및 합성 기술, 인공현실 세계의 표출 기술로, 아직 국내 연구는 이 모든 분야에서 초보 단계다.

인터넷 상거래가 활성화되고, 각종 교육용 시뮬레이션이 보편화될 미래 사회에서 가상현실 기술은 국가의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간 오감에 대한 도전이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본격 시작됐으며, 최근 국내에선 사람들이 촉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전자기술에 의한 3차원적인 영상, 음향 등으로 어떤 가상을 마치 실제의 세계처럼 경험하는 것이다. 촉감과 냄새까지도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초 미 공군의 모의 비행훈련 장치에 뿌리를 둔 이 기술은 전자오락 등은 물론 원격진료·강의 등 의학과 교육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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