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이누족 국회의원 모국어로 연설
아이누 文化 일깨워 … 문화는 경쟁력,
자기 역사? 문화홀대하면 미래가 없다.

일본 훗가이도(北海道)의 아이누족으로는 처음으로 가야노 시게루(萱野茂)가 1994년 일본 참의원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국회에 등원하여 첫 대정부 질문을 했는데 일본어가 아니라 아이누어로 하여 화제가 됐다.

물론 거의 모든 의원들이 그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가야노 시게루가 노린 것은 일본에는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야마토족만 있는 게 아니라 소수이지만 북해도에 아이누족도 있음을 일깨우려는 것이었다.

과연 그의 아이누족 언어로 행한 질문은 일본 전체에 크게 울려퍼졌고 이를 계기로 아이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평생을 아이누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바쳤으며 아이누자료관을 창설하고 박물관을 운영하다 5년 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소수 종족에 속한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문화와 역사에 열정을 쏟은 그는 죽어서도 자신이 태어난 땅에 묻혔다.

영국은 영어의 발생지다. 그러나 영국을 구성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나 웨일스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필자는 아직도 웨일스의 민속박물관에 갔을 때 그 모든 설명문에 웨일스어(語)로 쓰여있어 내용을 파악하느라 쩔쩔맨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영국은 사라진 언어까지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는 비록 영국 여왕을 국가 원수로 하고 유니온 잭 깃발아래 있지만 그 문화와 역사는 영국과는 분명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너무나 개성이 강한 그들 문화와 역사는 정치에서도 스코틀랜드 독립당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이처럼 지방마다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갖고 그것을 잘 통합하여 창조적으로 승화시키면 국력이 되고 국제사회에 경쟁력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너무 모른다.

영어, 수학에 치우친 나머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하여 국사가 무시당하는 현 교육제도도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국사가 홀대를 당하니 향토사야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 우리 지방의 이름있는 대학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이런 현실을 실감케 한다.

그 교수가 강의시간에 백제 이야기가 나와서 '의자왕의 최후'에 대해 물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의자왕이 660년 당나라에 일반 포로와 함께 끌려가 지금의 중국 낙양성에서 죽은 것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많은 학생들이 부여(사비성)에서 전사했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백마강 낙화암에서 삼천궁녀와 함께 물에 뛰어내려 죽었다고도 하고…. 참으로 쓴 웃음이 나왔다며 그 교수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우리 충청권 대학이 이정도니 다른 곳은 더 말할 수 없을 테고 의자왕의 위대한 업적은 지워진 채 방탕한 왕으로 잘못 전해진 이야기만 머리에 남아있지 않을까? 백제는 고사하고 독도가 왜 일본영토가 아니고 우리 땅임을 몇 명이나 자신있게 역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정말 제대로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지방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경제발전이나 지역개발에 경쟁력을 얻게 되고 행복창출도 가능해진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우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백제문화연구소를 개설토록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시급한 현안이기도 한 공주·부여의 UNESCO 세계유산 등재업무도 여기에 포함, 가속화할 것이다. 만약 UNESCO에 백제고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그 부가가치는 대단히 크다. 정말 자기 역사와 문화를 홀대하면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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