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마곡사 주지 원혜스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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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함께하고 기쁨을 같이하는 공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자아도취적인 공감이 아닌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모색해야 합니다. 혼자서는 절대 살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숨을 쉬기 위해서 공기가 필요하고 외부 사물이나 음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태생적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천년 고찰 공주 마곡사는 주지 원혜스님을 어렵게 만나 새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즐기지 않은 원혜스님은 충청권을 어우르는 충청투데이 지면을 통해 충청인들에게 희망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허락해 만날수 있었다.

마곡사는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동쪽 산허리에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대한불고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이다. 마곡사 사적입안(事蹟立安)에 따르면 640년(신라 선덕여왕 9년) 자장 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고려 명종때인 1172년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 대사가 재건했다. 원혜스님은 마곡사 생태농장에서 재배한 배추 수천포기를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는 등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원혜스님을 만난 것은 동지였던 지난달 22일. 원혜스님은 이날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어려운 사람들에게 팥죽을 나눠주기위해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신묘년을 맞아 덕담 한마디 해주신다면.

“신묘년 새해는 묵은 업장소멸되고,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모든 종교를 초월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종교는 우리 모두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함으로 특히 종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이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생각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회 그것이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친부가 친딸을 성폭행하는 등 갈수록 세상이 어수선해지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가.

“이는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잘못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비심을 갖는다면 서로를 복종시키고 상처주는 일들이 없을 것이다.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약자와 작은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하지 않나 싶다. 사회구성원의 인간성 회복과 사회제도적 보호망이 마련돼져야 한다.”

-스님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빠지지 않고 반드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물론 스님이기에 승가의 일상인 부처님께 예경하는 일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행정진, 공부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요즘 마곡사는 ‘마곡사 교구,마을 공동체’ 건설을 준비 중에 있다. 사찰과 마을이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는 방안으로써 '마곡사 교구,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한다. 예부터 사찰은 사부대중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왔다. 사찰이 사찰로써만 존재하기 보다는 마을과 함께 공존,공생해야한다. 특히 지역발전과 복지를 위해서도 마곡사는 지역과 함께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마곡사 사회복지법인'도 설립중에 있다. 공주시의 검토는 끝난 상황이고 충남도에서 최종 검토를 하고 있다. 농촌지역인 공주시의 복지사각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곡사가 함께하려고 한다.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통해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자 한다.”

-국가균형 발전을 선도할 세종시가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과 함께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성장해도 지역을 소외시키고 지역민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충청인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 그것은 부처님께서 바라는 것이며 우리 불교가 지향하는 길이다. 우리 충청인들이 행복해지는 길은 사회가 고도로 발전되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물질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문제, 정신의 문제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설명할수 없을 것이다. 행복의 기준이 물질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충청인들이 터잡고 있는 충청지역에서 삶의 뿌리를 내릴수 있게 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충청인이 충청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배추 수천 포기와 김장을 나눠주는 등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세상은 본질적으로 나눔의 세상이다. 나누지 않으려 하니까 싸움도 생기고 다툼도 생긴다. 종교 단체가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제6교구가 어느 범위까지 사찰을 관장하는가.

“마곡사는 대전과 충남지역에 걸쳐 있는 85개 사찰의 교구본사이다. 명실상부 대전과 충남을 대표하는 명찰이다. 대전과 충남지역민과 함께 천사백년의 세월을 함께해 온 사찰이다.”

-제6교구는 마곡사를 중심으로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포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곡사가 위치한 태화산에는 솔바람 명상길과 같은 훌륭한 명상길이 있다. 천혜의 자연과 천년고찰의 문화적 가치는 템플스테이의 최적으로 꼽히고 있다.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동참하는 많은 분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어 좋은 관광상품과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마곡사는 지역사회복지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업과 포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자 한다.”

-마곡사네 김구 선생님의 산책로를 만드셨다는데 그 의미와 배경은.

“마곡사에는 충청남도와 함께 조성한 '솔바람 명상길'이 있다. 그 첫 번째 코스가 '백범명상길'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마곡사에서 스님생활을 하실 때 주로 거닐었던 길이다. 김구선생님 삭발터를 지나 군왕대에 이르는 길인데요 솔바람의 향내가 몸과 마음을 맑게하고 있다. 김구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찾는 모든 이에게 솔바람의 향기를 전해주기 위한 일이다.”

-끝으로 우리 충청인들을 위한 말씀이 있다면.

“연평도 문제로 전국민이 한때 전쟁을 크게 걱정했다. 전쟁과 갈등이 사라지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충청인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남을 자신처럼 생각한다면 이 사회는 보다 맑고 향기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원혜 스님은 지난 1978년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1979년 마곡사 재무, 부여 고란사 주지를 역임했다.

강경 용암사, 반야포교원 주지를 거쳐 1984년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과 봉은사 포교실장, 총무 부주지(1990년)를 지냈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조계종 경승단 사무총장·불교교육 연합회 부회장(1994년) 등을 맡은 뒤 1998년 봉은사 22대 주지에 취임했고 2006년 8년 만기로 퇴임했다. 이어 2009년 9월1일 마곡사 주지로 취임했다.파라마티 청소년 협회 이사, 도농공동체 준비위원장, 고려대장경 연구소 감사, 불교상당협의회 이사, 강북 장애인 복지관 관장 등을 맡았다. 저서로서는 ‘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 ‘초발심자경문’,‘네 안의 부처님을 보라’,‘열린마음 열린불교’등이 있다.

정리=유순상 기자 ssyoo@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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