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 개최한 나라에서
反文化的 행태가 벌어진 것…
부끄러운 줄 알아야

지난 봄 인도의 역사도시를 돌아보기 위해 고아지방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분명 인도 땅인데 건물은 포르투칼의 독특한 붉은 벽돌집이 많았다. 여기가 18세기 포르투칼의 식민지였기 때문인데 인도 사람들은 독립이 되고서도 그들 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여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역사도시로 등재될 수 있었다. 그래서 포르투칼은 물론 유럽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붐빈다.

건물은 아니지만 미국의 일리노이주에 있는 낡은 다리 하나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다리에 얽힌 러브스토리가 크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렇듯 인간이 만든 다리나 건물은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건물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 도시의 문화와 전통을 말하기도 한다.

대전은 역사가 짧은 도시라고 치부해 버리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1904년 경부선 철도로부터 시작된 대전도 이제 100년의 역사를 넘겼다. 안타깝게도 6·25때 대전역 건물을 비롯, 이름있는 근대건축물이 많이 소실됐었지만 그런 속에서도 충남도청과 도지사 공관, 충청도 갑부 김갑순의 별장이면서 6·25때 이시영 부통령의 숙소로 사용했던 대사동 별당, 대전시 등록문화재 337호 대흥동의'뾰족집', 그리고 대전역 앞에 있는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 등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었음은 세월이 갈수록 대전의 역사적 가치를 발휘할 훌륭한 소재였고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비타민과 같은 존재였다.

대흥동 뾰족집의 경우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 이어서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대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이 집이 헐려버렸다. 미개한 나라도 아니고'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에서 비문화적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뾰족집이 헐리기 전에 대사동 별당은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어느 틈에 영원히 사라져 버렸고…

그런데 이 뾰족집 철거의 경우, 많은 지식인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연일 언론에서 떠드는데도 대전시나 중구청, 또는 대흥동 재개발조합 그 어느 곳에서도 사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를 훼손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엄격한 법률이 살아있는데 수사당국이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혐의를 캐냈는지에 대해서도 캄캄하다.

언론에 나타난 것을 보면 조합측이 철거를 맡긴 업체는 문화재 보호법에 규정한 문화재수리업체가 아니라는 것, 그나마도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철거가 진행됐다는것. 대전시와 중구청, 재개발조합이 보여주고있는 발빼기와 모호한 태도… 등등. 어떻게 이렇게 무감각하고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는가.

정말 대전시 주장대로 현상변경승인이 나기 전 무단으로 철거가 이루어졌는지… 이런 안갯속 같은 책임 떠넘기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당국이나 관계자 모두 문화재는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될 수 없다는 교훈을 알게 되며 그것이 우리도시의 전통과 역사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대전시는 충남도청 청사를 비롯,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들의 미래활용방안에대해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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