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자 前 대전시 복지국장

부(富)는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고 있는 소망이다.

돈만큼 좋은 것은 없다. 돈만 손에 쥐게 되면 적막한 강산도 금수강산으로 비쳐지고 찌푸리고 짜증스러운 얼굴도 웃는 낯으로 바뀐다.

부의 위력은 여러 면에서 절대군주를 방불케 한다. 우리 속담에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산다'는 말만큼이나 현실적인 속담은 없는 것같다.

사람을 가리킬 때 '인구(人口)'라 하고 식솔을 말할 때 '식구(食口)'라 한다. 인구는 사람의 입을 뜻하고 식구는 먹는 입을 뜻한다. '입(口)' 다시 말해서 먹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위세를 떨치는 돈이기도 하지만 부(富)는 인간다운 생활의 기초조건으로서 온갖 목적의 실현을 가능케 한다.

돈을 무시하고 사람다운 삶을 논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맹자도 백성은 식(食)을 천(天)으로 안다고 하였으며,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하였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으로 주조된 자유라고 하였고, 돈이 없으면 자유를 누릴 수 없으며, 자유를 누리지 못하면 인격성장과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큼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요즘은 어느 시대보다도 그 풍조가 강렬한 듯싶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을 갖추고 있어도 돈이 없고 보면 힘도 없는 듯하다. 이런 풍조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온갖 부정한 돈에 얽힌 관련 보도들이 신문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의 축척이 곧 힘이라고 해도 소인은 이(利)에 밝고 군자는 의(義)에 밝다고 해서 물리적인 가치를 배격하고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며 청빈하게 일생을 마친 선비들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스의 대철인 디오게네스는 부를 너무나 철저하게 싫어했던 사람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그는 정신적인 자유와 평화만을 추구해 평생을 걸인으로 살다 갔다고 한다.

거부였던 살라딘은 '자기의 관 밖으로 빈손을 내보이라'고 하는 유언을 남겼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는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는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고, 인간을 떡 주무르듯 농간을 부리기도 하고 파문을 몰고 오기도 한다.

돈은 인간에게 다시 없는 소망이요, 있어야 할 소중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추악하고 요물과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돈을 다루는 사람의 인격, 즉 사람됨에 의해서 그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심을 가지고 피땀 흘려 번 돈이야말로 가치 있는 돈이다. 반면 힘들게 벌었을 지라도 부정의 수단이 동원됐다면 그것은 죄악이요, 추악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 된다. 부는 진실하게 벌어 가치 있게 쓰일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 참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 돈 앞에는 체면도 비굴함도 없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는 것이 세태인 듯하다. 사기, 횡령, 투기, 부정 식품, 부정 입학 등 심지어 돈이라면 인명 피해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된 듯싶다.

포르투갈 속담에 '정당하게 얻어진 재산이 아니면 진실한 재산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천금 같은 교훈이다. 진실되고 정당하게 번 돈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복리증진에 값있게 쓰여져 풍요로운 사회가 되도록 기여할 때 가치 있는 부의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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