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을 다룬 TV드라마 '대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치적 시비도 있지만 최고의 시청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주에는 시골 지청의 하도야 검사(권상우)가 여당의 대표에게 비리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겁도 없이 연행을 한다. 그때 여당 대표가 분노하여 소리친다. "시골 검사 주제에!" 그러나 '시골검사'라고 깔보는 권력자에게 하도야는 과감히 덤벼든다.

요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바보'라고 한게 화제가 됐다. 윤 장관은 지난 달 기획재정위 국정감사때 조폐공사 사장에게 '바보'라고 공개적으로 질타를 한 것이다.

조폐공사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고 행정안전부에 훈장을 납품한 것을 국회의원이 지적하자 윤 장관이 옆자리에 있던 조폐공사 사장에게 한 말이다.

조폐공사는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고 대전시에 소재하고 있다. 따라서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장관이"손해를 보고는(훈장사업을)못한다고 행안부에 얘기를 해야지, 바보 아니냐"고 나무랜 것은 일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꼭 국정감사장, 그것도 조폐공사 부하직원과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런 모욕적인 질책을 해야만 했는가? 전용학 사장도 충남 천안출신의 국회위원을 거친 한 인격체다. 그리고 한창 활동할 나이다.

따라서 아무리 장관이라도 지나쳤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전 사장은 여러차례 행안부에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조폐공사를 '바보'라고 한다면 납품가 후려치기를 당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바보'라고 질타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이래서 '왕따'가 되고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만다. 학교, 회사, 가정, 군대, 이렇듯 '왕따'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너무 흔하고 심지어 자살로 까지 내몰아 버린다. 윤 장관과 전 사장이 그 후 잘 '소통'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못은 빼도 못 자국은 남듯이 그 상처는 오래 갈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사건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지난 달 19일 서울의 명문 사립대 건물에서 정모 교수가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충남 공주에 있는 지방대 출신이지만 성적이 좋아 서울의 명문대 교수로 임용이 됐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이 그에게는 열등의식으로 작용했고 교수사회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해 '왕따' 문제 등으로 고민해 왔다는 보도다. 이러니 '지방시대'라고 하지만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방은 서울을 위한 부속품으로 취급받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 지방에는 인물이 크지 못하고 점점 피폐해진다. 미국에서 꼭 워싱턴에 가야 출세하는가? 아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술활동을 하려고해도, 詩人이 되고 싶어도 지방에서는 어려운 게 그래서이다. 가수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서울로 가야 큰다. 서울로 올라가야 아랫사람을 '바보'라고 하고 우쭐댈수 있다.

지금 충남도청 신도시 건설의 국고지원에 비상이 걸린 것도 '서울사람'들의 그런 의식 때문이다. 이처럼 무서운 사회병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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