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어느 저명한 사회학자가 우리나라 관계의 고위직과 정계 인사들에 대해 평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정부의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정계 구성원들의 자질이나 교육배경 등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공직자로서는 절대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이중 삼중의 검증과정을 거쳐 만든 인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며, 제왕적 지위의 정당 대표가 막강한 공천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참여하여 수행한 실적은 중간 이하의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통치형태나 정부운용의 구조상 그들의 자질과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좁았다는 것이다. 정치가들도 소신적 판단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좇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나 정계에 섣불리 입문해서는 어렵사리 쌓아온 그간의 결실마저 까먹기 십상이라고 했다. 세포와 유전자를 다루는 현미경적 시야 속에 파묻혀 사는 평범한 과학도로서는 이와 같은 분석과 진단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능력도 없고, 깊이 생각해 보고픈 흥미도 없다.

최근 어느 어느 정당으로부터 과학기술계에서 참신하고 능력을 갖춘 인사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해 줄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아마 필자가 몇 년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국가과학기술위원을 겸하고 있는 특이한 입장이기에 과학계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짐작했던 것 같다.
필자 본인은 정치적 능력도 없을뿐더러 직접 참여할 의사도 없지만,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애정을 지닌 인물이 가능한 한 많이 정계에 입문하여 과기계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그런 이유에서 정당의 추천요청을 수락했더니, 비례대표 추천 및 심사위원이라고 발표를 했던 것 같다. 물론 본의 아니게 특정 정당에 관여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와 의구심을 받게 되어 매우 곤혹스럽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평소 진심으로 존경하던 젊고 유능한 C박사가 자신이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추천되었으며 자신 또한 해보고 싶던 일이기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으며 전혀 관심 밖의 세계로 여겼던 그이기에 그의 말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젊은이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IT업계의 안모 사장은 전혀 다른 경우에 속한다. 평소 사회활동의 일각에서 함께 활동하며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후배이기에 언젠가 그에게 정계에 입문하여 우리 과학계의 대변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우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고 정치 세계에는 적응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쳐다보는 수백명의 회사 동료들을 놔두고 자신만 떠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웠으나, 흔들리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그와 그 회사의 탄탄한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보도 매체에 나타나는 정치인들은 존경과는 거리가 먼 인간군상들이다. 그러나 결국 법을 제정하고 정책의 시비를 가려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밟는 역할은 정치인이 하게 되어 있고 또 해야만 한다. 그들에게 냉소나 보내고 정치계에 입문한 전력을 흠결로 취급한다면 참인물은 결코 유인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치계는 악순환의 반복에 의해 끝없이 추락할 것이며 국민 또한 퇴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올바른 물건이 제대로 평가되고 제값을 받는 체제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일 것이다.

그토록 순수하고 능력이 출중한 C박사가 제대로 평가받고 능력을 발휘할 정치적 장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5일장의 불편함과 취약성이 상설시장으로 극복되었듯이 안모 사장이 입문하기를 꺼리는 2000년대 정치의 장에 C박사의 가격이 제대로 평가되는 명품관이 개설되기를 기대해 본다.

C박사 제발 제값을 찾으세요. 바겐세일이나 덤의 처지가 되어 쓸쓸히 귀향해서는 안됩니다.

<약 력> ▲부여 출생 ▲대전고 졸 ▲서울대 수의대 석·박사 ▲서울대 교수 ▲서울대 연구위원 ▲우리나라 최초 복제소 영롱이 개발 및 2003년 광우병 내성소 개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위원 ▲특허청 심사자문위원 ▲농림부 기술정책심의위원회 정책심의위원 ▲농진청 새기술시범사업 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동물생명공학협의회 회장 ▲대한불임학회 부회장 ▲일본 수의학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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