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거 추방… 당·낙선 국민의 몫"

▲ 정수부 상임위원

44년간의 공직생활이 말해 주듯 정수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은 가장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공직자다.

44년간이라는 오랜 공직생활이 어찌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재주가 좋아 남달리 현직에서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지만 정 상임위원은 이른바 잘 나가는 공직자처럼 일류 코스만을 달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44년간의 훈장과도 같은 공직생활이 부끄럽지 않다.

부여 은산면에서 대양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주중학교를 나온 정 상임위원은 부여에서 이름난 모범생이었지만 당시 대전고등학교와 공주고등학교 등 이름 꽤나 알려진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 자체가 전체적으로 그랬지만 정 상임위원 역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국가에서 교육비와 기숙사비는 물론 학생들의 생활비까지 대 주는 전액 국비 고등학교인 체신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체신고에서 정 상임위원은 한나라당 조영재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는데 같은 반에서 성적의 수위를 다투며, 지금까지 고생스러웠던 청년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로 남아 있다.

정 상임위원과 조 전 의원과의 인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된다.

지난 61년 체신고를 졸업한 정 상임위원과 조 전 의원은 나란히 당시 대전 전신전화국에 입사해 함께 근무를 하게 되었다.

조 전 의원은 대전 전신전화국에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군에 입대해 전화국 근무는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훗날 행정고시를 함께 합격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정 상임위원은 당시 전화국에서 모스 부호를 갖고 전보를 치는 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 업무를 맡게 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지원을 한 것이다.

정 상임위원은 "고교를 졸업하고 전화국에 곧바로 입사를 했지만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며"63년에 충남대에 입학해 낮에는 학교를 다니고 밤에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밤에 근무를 할 수 있는 전보업무를 자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상임위원의 이 같은 청년기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일관된 것이었고, 결국 지난 72년 행정고시 11회에 합격, 중앙부처인 경제기획원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정 상임위원이 11년간의 대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중앙부처에서의 공직생활 중 가장 전성기는 지난 2001년 법제처장으로 재임했던 시기를 꼽는다.

공직자로서 가장 좋았던 시기라면 자신이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을 때를 꼽는 것은 당연하다.

정 상임위원도 법제처장으로 있었을 당시 가장 많은 일을 했고, 또한 가장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법제처의 일반적인 업무이기도 하지만 각 정부 부처에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첫번째 벌이는 작업이 법적인 문제다.

즉 정 상임위원은 정책 추진에 앞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을 검진해 주고, 이 과정이 완벽하게 된 경우 정책 수립 및 추진이 원만하게 실행될 수 있다.

인생에서 황금기가 있으면 역시 어둡고 아쉬운 시간도 있기 나름이다.

정 상임위원은 "오랜 공직생활을 해 오는 동안 국가에서 돈을 줘 공부도 하고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며 "젊었을 때 나름대로 국가에 대해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도 다 갚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65년 월남 파병 당시 맹호부대 1기로 월남전에 참여했던 이력을 보면 이 같은 정 상임위원의 아쉬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크게 포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상임위원은 이어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젊었을 때 다방면으로 여러가지 활동을 하지 못했고, 여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노래도 하는 그런 젊은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며 치열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미안함을 표했다.

올해는 정 상임위원의 일이 또 한번 무겁고, 어려워지는 시기다.

오는 4월 15일 총선이 있기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상임위원으로서 각종 공명선거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낙천·낙선운동도 눈여겨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 상임위원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과 관련 "당선과 낙선은 국민의 몫이고 특정 후보가 의혹이나 비리가 있다면 이를 선관위에 신고하면 된다"며 "중앙선관위도 시민단체 못지않게 공명선거운동과 선량을 뽑는 데 역할을 다하고 있고, 낙천과 낙선은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가 중심이 돼서 역할을 다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임위원은 또 "4월 총선은 한국정치의 병든 부분을 수술한다는 각오로 선관위에서 철저하게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며 "이 같은 수술을 집도하는 사람은 유권자인 만큼 만약에 유권자 손에 병균이 묻어 있다면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되는 만큼 유권자들은 검은 돈과 검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유권자 강령도 잊지 않았다.

약력

▲1943년 부여 출신 ▲1961년 국립 체신고 졸 ▲1970년 충남대 법학과 졸 ▲1972년 행정고시 11회 합격 ▲1973년 경제기획원 경제조사관실 ▲197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4년 법제처 제2국장 ▲1996년 법제조정실장 ▲1998년 법제처 차장 ▲1999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1년 4월 법제처장 ▲2004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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