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어제 막을 내린 2010 대백제전에 '세계'라는 이름을 붙이길 잘했다. 참여국가가 27개국이나 되고 문화제를 구경하러 온 외국인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 중앙정부도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행사치고 이 정도가 된다면 가히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가?

'교류왕국 백제', '세계역사도시'를 주제로 한 국제 학술대회에도 13개국의 학자들이 모여 '백제'를 재평가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확실히 '세계 '대백제전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들 참가국에는 일본처럼 백제와 밀접한 나라도 있었지만 미국, 영국, 벨기에, 라오스, 인도, 이집트, 중국 등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모여들었다.

이렇게 해서 드러난 것은 백제는 우리가 흔히 감상주의에 빠져 말하는 나약하고 패망한 국가가 아니고 동아시아의 문화적 경제적 교류강국이었다는 것이다. 일찍이 다문화사회를 이룩했고 불상과 예술적인 석탑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아름다운 기와를 굽는 것에 이르기까지 통합과 창조의 문화를 주변국에 전파시킨 위대한 나라였음도 확인이 됐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치루는 데 240억 원이 투입됐지만 당초 목표 260만 명을 뛰어넘어 300만 명을 돌파함으로써 처음 목표했던 경제유발효과도 240억 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충청인들에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주었다. 이것이 이번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며 여기에 열정적으로 땀 흘려 일한 관계자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할 보람이다.

돌아보면 1955년 6·25전쟁이 남긴 폐허와 가난속에서도 3000명이나 되는 부여군민들이 백마강에 모여 여러척의 배를 띄우고 백제를 추모하는 제사를 올렸는데 바로 이것이 제1회 백제문화제, 그 감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백제는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몇 가지 고민을 해야한다.

첫 번째는 많은 예산을 들인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영화세트장처럼 되지 않고 살아숨쉬게 하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장소 마케팅'을 포함한 문화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사마이야기' '사비미르' 등 수상공연이 큰 인기였지만 이런 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출연진을 항상 서울에서 데려올 수도 없고 우리지역에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진의 양성이 참으로 중요하다.

세 번째는 스토리가 화려한 스케일에 비해 산만하다는 평을 들은 '사비미르'에서 보듯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완해야 한다. 중국의 세계적인 명감독 장예모가 만든 이연걸 주연의 '영웅'은 중국 진시황을 죽이려다 포기하는 2200년 전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의 무대로 끌어올려 칸느와 베니스를 석권할 정도로 성공시킨 작품이다. 이렇듯 1400년의 백제 이야기지만 세계적으로 통용가능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한다.

네 번째 참여의 스케일이다. 이번 처음으로 천안의 위례성에서 혼불채화가 있었지만 백제문화제는 공주·부여·논산 말고도 천안과 백제부흥운동의 중심이었던 임존성(예산), 주류성(홍성),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서산, 태안 등 충남인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콘텐츠를 개발해야한다. 또 서울, 지금의 송파구 풍납동 일대가 공주·부여 시대보다 두배가 되는 493년 백제의 도읍지였던 만큼 축제에 끌어들여야 한다.

전라북도 익산, 그리고 백제의 영토였던 제주도, 나아가 백제가 일본 아스카문화의 젖줄역할을 한 만큼 일본의 쿄토, 나라, 지방도 참여하는 것이 좋다.(이번에도 일부 참여했고 웅진 퍼레이드에는 일본에서 4개팀의 참여가 있었지만 보다 실제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2010세계대백제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