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근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달 30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공식 취임했다.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탓일까? 취임 일주일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네티즌 사이 소위 화제 만발이다.

취임 첫날부터 내려진 전국 경찰들의 취임식 시청 지시, 역대 치안 총수들의 철학을 담은 경찰서 홍보현판 철거 등이 그것이다. 이것 모두 다른 누군가 했다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을 듯싶지만 조 청장이었기에 곱게 넘어가 주는 이 하나 없다는 게 씁쓸함을 더한다.

기실 조현오 청장은 8.8 개각 대상자 중 낙마 '0순위' 꼽힐 만큼 국민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다. 청문회 당시 경찰 내부에서 조차 그에 대한 낙점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취임은 했으나 그가 나갈 길은 아직 안갯속인 듯싶다. 야당의 고발로 검찰 조사도 남았고, G20 정상회담이라는 경찰 총수로서 최대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소걸음 검찰 조사를 질책하며 연일 촛불집회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니 조 청장 처지에서 봐도 참으로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경찰상을 강조했다. 물론 양천서 사건을 의식한 모습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피의자 인권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내세운 것만은 분명이다. '집회시위 전문가'. 그에 대해 꼬리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G20을 앞두고, 적잖은 반대 시위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과연 그가 자신이 강조한 인권을 지키며 시위까지 진압하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벌써 조 청장이 어떠한 실적주의를 내세울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말 그대로 진정한 치안 유지를 위한 실적인지, 아니면 치적을 위한 실적인지 말이다.

이 때문에 흔들리는 조직을 바로 잡고, 떨어진 경찰 사기를 높이는 데 어떤 묘책을 펴낼지 15만 경찰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문득 얼마 전 조 청장이 대전현충원을 찾았을 때 천안함 유족 중 한 어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잘못하는 죄인들이나 잘 잡지….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정치하고, 나라를 이끌면서 하는 짓마다 다 그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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