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이색직원조회
의견 담은 영상물 상영
‘사람 중시 …’ 구현 의지

"피의자를 범죄자로 보기 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봐야한다."

2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10층 대회의실. 검찰청에서 보기 드문 여성들의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전지검은 이날 한달에 한번 열리는 직원조회를 종전과 달리 재소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인지 딱딱한 월례조회가 직원들의 웃음소리와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의 노래로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했다.

특히 재소자들과 시민이 바라보는 검찰에 대한 영상물 상영을 통해 직원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영상물에서 대전교도소 수용자 신모 씨는 "검찰 조사는 경찰과 다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경찰 조서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경찰조사에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수사해 달라고 했지만 검찰의 권위의식 때문인지 사람을 얕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어 "조사시 말을 부드럽게 하면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다"며 "강압적인 조사보다 피의자 말을 존중하고 끝까지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교도관은 시민을 위해 수사기관의 선진화된 수사기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조형전 국가소송업무 담당은 “수용자들이 교도관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건수는 2005년 65명에서 2006년 107명, 2008년 128명, 지난해 54명 등으로 매년 적지 않다”며 "고소건으로 조사를 받는 교도관들은 경찰 보다 검찰 조사를 선호한다. 이는 검찰 조사방식과 기술 등이 선진화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이 이번 이색 직원조회를 개최한 데는 소병철 검사장 취임 후 강조했던 '사람을 중시하는 검찰' 구현을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평소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수용자들에서 직접 들어보고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소병철 대전지검장은 "국민이 검찰에게 수사 지휘권과 기소권을 준 것은 다른 수사기관이 잘못한 것을 바로잡으라는 요구"라며 "검찰은 피의자들에게 수사상 억울한 점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하며 편안한 마음에서 얘기를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 지검장은 또 "조사받는 사람을 단순히 처벌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면 검찰의 존재 가치가 없으며 대전지검이 변화를 주도하는 기폭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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